미개척 국가서 성공한 한인 기업인 4명 ‘생존의 법칙’
○ 현지 언어 정복
심 회장은 파푸아뉴기니에 정착하기 전에 호주에서 한 차례 선박 관리사업을 하다 망한 경험이 있다. 그는 당시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언어 문제를 꼽았다.
“생긴 것도 다른데 말도 못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가소로워 보이겠어요. 내 사업을 남이 대신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 게 큰 오산이었습니다.” 그는 2000년 파푸아뉴기니로 간 뒤 마음을 독하게 먹고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일하고, 퇴근 후 오전 3시까지 파푸아뉴기니 공통어인 피진어와 영어를 공부했다. ‘주경야독’으로 반년이 지나자 조금씩 바이어들의 말이 들리기 시작했고 현지인 직원들도 고분고분해졌다.
○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
역시 중남미 국가인 코스타리카의 황 사장도 “한국인의 ‘빨리빨리’ 마인드로 접근하면 큰코다친다”고 말했다. 은행이나 관공서에서 담당 직원의 태만으로 업무 처리가 늦어지더라도 섣불리 항의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당신은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일이 잘 안 풀렸나 보다. 내가 무엇을 더 도와주면 되겠느냐”고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일사천리로 일을 해결하는 비법이다.
○ 철저한 시장 분석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정보가 부족한 미개척 신시장에 도전하려면 남들보다 시장 분석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김 부원장은 네팔에서 병원을 열기에 앞서 4년 동안 현지인들의 질병 분포만 연구했다. “워낙 소득이 낮고 영양 상태도 나빠 10명 중 2명은 피부 질환을 앓고 있더군요.” 피부과를 열자마자 네팔의 부유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입소문이 났고 덕분에 성형외과와 치과로 진료 분야도 확대했다. 그는 네팔 국립 트리부반대에 네팔 최초의 특수교육학과를 설치해 장애인 교육사업에도 힘쓰고 있다.
황 사장 역시 이민에 앞서 현지 시장 연구에 7년을 쏟았다. 그는 1994년 코스타리카 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있던 시절 이발할 때마다 고민하던 교민들을 떠올리고 한국의 미용 기술을 도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민에 앞서 수차례 직접 현지를 찾아가 시장 조사를 한 끝에 코스타리카 현지인의 80%가 곱슬머리라는 점을 알게 됐고 한국의 매직 스트레이트파마 기술을 선보였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