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완도군 보길도 예송리 갯돌해변(위 사진)이 14일 발생한 화재로 짙은 회색으로 변했다. 완도군 제공
하지만 굴착기가 화재 불씨를 제거하기 위해 갯돌 해변을 마구 파헤쳐 폭격을 맞은 분위기였다. 주민 김모 씨(62)는 “8월 말 태풍 볼라벤으로 바다에 있던 전복 가두리 양식장이 모두 갯돌해변으로 밀려왔는데 2개월가량 방치하다 불이 났다”면서 “잠 한숨 자지 못하고 불길이 확산되는 것을 막았는데 아름답던 해변이 큰 피해를 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예송리 상록수림(천연기념물 40호)과 더불어 보길도의 자랑이던 갯돌해변 절반 정도가 화마에 생명력을 잃어버렸다.
전남 완도소방서에 따르면 예송리 화재는 14일 오후 2시 반경 발생했다. 예송리 갯돌해변의 80% 이상을 덮고 있던 양식장 폐자재 더미 중간지점에서 화재가 시작됐다. 전복 가두리 양식장은 스티로폼이나 고무,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재질로 이뤄져 있어 순식간에 대형 화재로 번졌다. 주민들과 소방대원들은 10시간 정도 사활을 건 진화작업을 벌여 화재를 진압했다. 그나마 바람이 바다 쪽으로 불어 해안선 800m(폭 30m)에 자라던 상록수 숲(98종)으로 불길이 크게 번지지 않았다. 40년생 소나무 20그루 정도가 불에 탔다. 주택 2채가 반소되고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관리하던 화장실이 전소됐다. 소방당국은 1억1000만 원 정도의 재산 피해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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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군 관계자는 “태풍 볼라벤 피해가 워낙 커 시설물 철거부터 하다 보니 일부 사업이 지연됐다”며 “예송리 갯돌의 정확한 피해 상황을 확인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