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기업 횡포 근절에 초점… 文, 지배구조 즉각개선 추진安, 일단 자발적인 변화 유도
대선후보 3인 처음으로 한자리에…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오른쪽부터)가 13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과학기술나눔마라톤축제에 나란히 참석해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하지만 세 후보 모두 얘기하고 있는 경제민주화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적지 않다. 골목상권 보호, 일감 몰아주기, 재벌총수의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등에 대해선 모두 비슷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출자총액제한제, 지주회사 등 재벌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는 정책 차이가 크다.
박 후보의 재벌개혁론은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 견제에 방점이 있는 반면 문·안 후보는 대기업의 지배구조 변경을 강조한다. 특히 문 후보는 ‘3년 내 순환출자 금지’ 등을 통해 즉각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공약한 반면 안 후보는 재벌개혁위원회라는 완충장치를 통한 단계적 지배구조 개선에 무게 중심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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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소유 및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선 세 후보의 견해가 다르다.
박 후보는 대기업에는 공과 과가 함께 있는 만큼 지금의 대기업 중심 경제 자체를 흔드는 정책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이다. 대기업집단의 핵심 고리인 지배구조에 정부가 직접 손을 대는 데도 부정적이다. 박 후보가 기존 순환출자의 해소와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에 반대하고 금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강화에 신중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 후보는 소유·지배구조 개선이 재벌개혁의 핵심이라며 적극 추진하자는 쪽이다. 그는 14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기살리기 마라톤 대회’에 참석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적합한 업종에 재벌기업과 대기업이 진출하지 못하게 막겠다”며 “중소기업부를 신설하고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도 문 후보의 생각과 비슷하다. 다만 대통령 직속 재벌개혁위원회의 판단을 통한 단계적 지배구조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정책총괄을 맡고 있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우리 계획은 결국 (재벌의) 자발적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라며 “재벌이 사회적 갈등을 줄여 나가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스스로의 변화에 의해 사회가 더불어 잘사는 방향으로 갈 때는 굳이 정부가 개입해서 강한 조치를 쓸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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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출자 문제의 경우 박 후보는 신규 출자는 금지하고 기존 출자는 인정하되 기존 출자분에 대해선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 후보는 신규 출자 금지는 물론이고 기존 출자분까지 3년의 유예기간을 둬 모두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의결권을 제한하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신규 출자 금지 원칙을 제시하면서 기존 출자분은 주식처분 권고 등 재벌의 자발적 해소를 유도한 뒤 재벌개혁위원회의 판단을 거쳐 계열분리명령 등 강제 이행방안을 적용하는 2단계 해법을 제시했다.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지분을 9%로 제한한 금산분리에 대해 문·안 후보는 참여정부 때처럼 4%로 낮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 후보가 다른 두 후보와 가장 다른 부분은 출자총액제한제이다. 박·안 후보가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출총제 도입에 부정적인 반면 문 후보는 10대 대기업 집단에 대해 순자산의 30%까지만 출자할 수 있도록 출총제를 부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