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객원논설위원·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朴의 ‘만시지탄’ 정치력
이런 와중에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경제민주화 추진 방향을 놓고 대립한 이한구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한때 당무를 거부했다.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은 “비리전력 인사를 영입하는 것은 쇄신 작업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을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임명하면 사퇴하겠다”고 배수진(背水陣)을 쳤다. 박 후보의 설득으로 일단 갈등은 외형상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다. 박 후보는 “흔들리는 가지에 새가 앉을 수 없다”고 화합을 강조하면서 이번 갈등을 두고 ‘당이 살아있다고 느꼈다’고 자평(自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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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인적쇄신 갈등과 한광옥 전 고문 영입 과정에서 보듯 박 후보에게 불통(不通)의 리더십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명분에 집착해 상황 판단을 종합적으로 하지 못하는 한계마저 보여줬다. 이런 맥락에서 조순형 전 의원은 새누리당 토론회에서 “최근 박근혜 후보의 대선 가도에 적신호가 켜졌고 위기의 근본 원인은 1인 지배 체제, 박 후보의 리더십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취약한 리더십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없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철수 후보도 리더십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안 후보는 최근 대통령의 사면권과 낙하산 인사를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한 7대 정책을 발표했다. 안 후보는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기 위해 국회 윤리위에 국민배심원제를 도입하고, 현역 의원에게 유리한 선거구 획정을 막기 위해 선거구 획정위를 민간인으로 꾸리는 방안도 제시했다. 상시 국회 운영 방안도 제시했다.
‘말만 새 정치’ 安, ‘노무현 짝퉁’ 文
과연 이런 정치 개혁 방안이 국민이 그토록 원하는 정치쇄신 방안이 될 수 있을까. 새로운 것은 없고 그동안 학계와 시민단체 등에서 줄곧 언급했던 정치 개혁 방안들을 급조해서 짜깁기한 느낌이 든다. 뒤틀리고 왜곡된 한국 정치를 바꾸겠다고 출마한 후보의 정치 쇄신 방안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참으로 실망스럽다. 국민의 가슴에 불을 지를 수 있는 비전이 없으면 결코 설득의 리더십을 펼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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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친노(친노무현)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대위 비서실과 전략기획실 등의 실무 책임자급 인선에 친노 인사들이 대거 포진했다. 이로 인해 용광로 선대위가 아니라 친노 선대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제를 망쳤다고 비난받았던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불렸던 교수를 미래캠프의 경제민주화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대북(對北) 정책도 노무현의 아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친노 폐족(廢族)의 부활, 노무현 짝퉁 정부의 서곡’이라는 보수의 무차별 공격 속에서 이념적 경직성을 강화하면 어떻게 국민통합의 리더십을 펼칠 수 있겠는가.
만약 대선후보들이 자기 최면에 걸려 국민 감동이 없는 폐쇄적이고 수동적이며 비전 없는 ‘F 학점’의 리더십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결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없다. 시대착오적 리더십으로는 선거에 승리해도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기는 선거의 요체는 강한 조직과 감동의 리더십이다. 해탈(解脫)은 찰나(刹那)에서 온다고 했다. 남은 기간 후보들은 진정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리더십이 무엇인지 성찰하고 또 성찰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의 마음을 품을 수 있는 지혜를 얻을 것이다.
김형준 객원논설위원·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db82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