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단일화 놓고 주도권 다툼“文 분권형 대통령제 부정적”… “安 대통령 권한축소 부적절”“권력분점 우리식대로” 충돌
두 후보의 본선 경쟁력 우열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지금의 상황이 계속될 경우 단일화를 위해선 양측의 권력 분점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많다. 이 때문에 양측 모두 상대 후보가 양보할 경우 ‘내줄 수 있는 권한’에 대한 구상을 살짝 내비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무엇보다 두 후보 모두 ‘본인 중심 단일화’를 상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10일에는 ‘무소속 대통령론’을 둘러싸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문 후보 진영은 연일 정당이 없이는 집권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문 후보는 이날 “단일화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낙관은 금물”이라며 “민주당으로의 단일화만이 승리 보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물밑에선 단일화를 전제로 권력 분점에 대한 암투가 치열하다. 문 후보는 요즘 책임총리제와 함께 여당이 정책을 주도하는 정당 책임정치를 부쩍 강조한다. 정당이 없는 안 후보를 겨냥한 것이다.
이에 안 후보 캠프의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10일 “대통령과 총리가 부처를 나눠 역할을 분담하는 것은 우리 법에 보장된 권한의 범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문 후보가 주장하고 있는 ‘대통령은 외교·국방을 맡고 총리는 내치·행정을 맡는 분권형 대통령제 또는 공동정부론’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이다. 결국 두 후보의 권력 분점 속내는 “내가 대통령할 테니 당신이 총리를 하시오”란 말로 귀결되는 셈이다.
권력 분점을 위한 개헌 필요성에 대해서도 두 후보는 생각이 다르다. 문 후보는 “대통령제보다 내각책임제가 훨씬 좋은 제도다. 대통령제를 유지한다면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가 필요하다”며 개헌 필요성을 시사했지만, 안 후보는 “지금도 총리제의 입법 취지를 잘 살리면 어느 정도의 분권이 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안 후보가 정치개혁의 핵심으로 내세운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 사면권 행사 △대통령이 임명 가능한 자리를 현재의 10분의 1로 축소 △국회에 감사원장 추천권 부여 방안에 대해선 문 후보 측이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문 후보 캠프의 우상호 공보단장은 10일 라디오에서 “대통령 지명직을 줄이면 (그 자리에) 낙하산 관료들이 가게 돼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우 공보단장은 “대통령 사면권 행사 시 국회 동의를 받겠다”는 안 후보의 공약에 대해 “지엽 말단적인 문제다. 적절치 않은 정책이 나온 것 같다”고 폄훼했다.
▼ 文 “민주당으로 단일화할 때만 승리” … 安 “무소속이 국회존중-여야설득 낫다” ▼
두 후보가 권력 분점 방안에 합의하고 대선에서 이길 경우 1997년 DJP(김대중-김종필) 연대의 수준을 뛰어넘는 공동정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DJ와 JP의 현격한 지지율 격차 및 이념 차 등 당시 상황과 지금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선 “권력 분점부터 얘기하면 권력 나눠 먹기로 비치기 때문에 정책과 비전을 기반으로 한 가치연대 형태의 공동정부 구성 방안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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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