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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때 갈 곳도 없었는데… 추억 만들수 있어 즐거워요”…성폭행 피해 소녀들의 ‘힐링 여행’

입력 | 2012-10-03 03:00:00

쉼터 소장이 이벤트 응모… 중고교생 6명 해외 나들이




“명절에 외출하면 나와 달리 행복한 가족들만 보여 우울했는데…. 저에게도 언젠가 생길 아이들에게 들려줄 추억이 생겨서 기분이 좋아요.”

A 양(16)은 추석 연휴를 맞아 1일 첫 해외여행에 나서며 활짝 웃었다. A 양은 친아버지 등 가족에게 성폭행을 당한 여자 중고교생들의 시설인 A쉼터에서 2010년부터 지내고 있다.

이 쉼터에 머무는 중고등학생 15명은 평소엔 사회복지사 2명의 보살핌을 받지만 명절이 되면 쓸쓸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재가한 어머니를 방문해 함께 명절을 보내는 소녀들도 있지만 6명은 집에 돌아갈 수 없는 처지다. 대부분 하나뿐인 가족인 아버지에게 학대받아 가정이 완전히 해체됐기 때문이다.

이들 소녀 6명의 해외여행은 이곳 소장이 아이들의 사연을 적어 Y여행사의 무료 해외여행에 응모한 덕분이다. 이 여행사는 올해 초부터 직원들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기부자들의 후원금을 모아 산골학교 학생과 장애인들에게 무료 해외여행 기회를 주고 있다.

B 양(17)은 “술주정뱅이 아버지로부터 고통 받은 끔찍한 기억 탓에 명절이 오히려 더 괴로웠는데 사회의 따뜻한 관심으로 여행을 하게 돼 이번 추석은 덜 외로운 것 같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