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년 평안북도 의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평양신학교를 나와 신의주제일교회를 담임하다 6·25전쟁 때 남한으로 내려온 뒤 1953년 서울 충무로에 충현교회를 세웠다. 이후 강남구 역삼동 화려한 고딕 양식의 석조건물로 이전한 충현교회는 국내 대표적인 교회 중 하나로 인정받았으며 한때 출석 교인이 4만 명에 이르는 대형 교회로 자리 잡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장로를 지내고 가수 심수봉 씨가 출석하는 교회로도 알려졌다.
고인은 1970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 합동) 총회장을 지냈고 87년 충현교회 담임목사에서 은퇴했으나 뒤늦게 아들 김성관 목사에게 ‘늦깎이 신학공부’를 시켜 97년 이 교회 담임목사로 세웠다. 이후 김성관 목사와 교회 운영 방향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고인은 올해 6월 경기 이천시에서 열린 원로목회자 위로 예배에서 성명서를 통해 “목회 경험이 없고 기본 자질이 돼 있지 않은 아들을 목사로 세운 것은 일생 일대 최대의 실수”라며 세습을 공개 참회하고 아들을 향해 “교회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라”고 말해 기독교계 안팎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