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을 ‘응답 폐인’으로 만든 신원호 PD. 예능 PD 출신인 그는 드라마에 예능감을 더해 재미를 추구했다. 사진제공|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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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응답하라 1997’ 연출, 신원호 PD
94학번 동기 이우정 작가와 ‘1994’ 논의
“난 회사원…직장서 시키면 해야지” 여운
화제의 드라마 tvN ‘응답하라 1997’(이하 응답하라)의 마지막 회 방송 9시간 전인 18일 오후. 새벽까지 마지막 회를 편집하고 잠깐 눈을 붙이고 나오느라 조금은 부스스한 모습의 연출자 신원호 PD가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 들어섰다. “배우도 아니고 무슨 인터뷰를…”이라며 엄살을 떠는 그를 스태프는 전화로 계속 찾았다. 그 사이로 보이는 휴대전화 배경화면에는 스케줄로 가득한 달력이 있었다.
평소 술을 좋아하지만 ‘응답하라’ 촬영으로 몇 달 동안 술을 못 마셨다는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다방 커피’와 번데기를 주문했다. “배가 고프다”며 빨대로 커피를 마시고 숟가락으로 번데기를 떠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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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가 드라마를 보는 동안 화장실에 가지 못하도록 하고 싶었다. 예능프로그램을 보다 화장실에 갔다 오면 흐름이 끊기는 것처럼 ‘응답하라’도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다. 예능 PD 출신이니 ‘가장 잘하는 것을 하자’는 생각으로 드라마에 예능감을 담았다.”
신 PD는 이우정 작가와 함께 기획 초반 회의를 하면서 회의실 한쪽 벽면에 여러 개의 문구를 작성해 붙여 놓았다. ‘디테일의 힘’ ‘사투리의 완벽함’ ‘밀도의 힘’. 그리고 이를 들여다보며 초심을 잃지 말자고 다짐했다. KBS 2TV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등을 통해 갈고 닦은 그의 내공도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사진제공|tvN
‘응답하라’는 1990년대 음악을 들려주는 서울 홍대 인근의 한 술집에서 그가 얻은 ‘감’에서 태어났다. 그는 “우리들이야 그 시대를 살았으니 당시 노래를 아는 것은 당연한데 20대 초반 친구들이 ‘떼창’을 하더라. 그 모습을 보고 1990년대에는 분명 뭔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1980년대에서 벗어나 1990년대의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모든 연령대 시청자가 1990년대 정서에 빠져들었다. ‘삐삐’와 휴대전화, PC통신과 문자메시지 등도 중요한 도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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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궁금한 시즌2 이야기. 신 PD와 이 작가는 94학번으로 ‘1994년’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당시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전성기. “서태지는 무섭다”고 꼬리를 내린 그는 “재밌게 꾸려갈 수 있으면 좋겠다. 난 회사원인데. 직장에서 시키면 해야지 어떡하겠느냐” 웃으며 ‘시즌2’ 제작에 대한 여운을 남겼다.
그리고 이제 그는 서인국 정은지 호야 이시언 신소율 등 새로운 스타들과 자신감이라는 큰 보물을 얻었다.
“10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뛰쳐나와 새 회사로 옮아가 만든 첫 작품이다. 초장에 무너지면 너무 힘들 수 있는데, 스스로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그 다음을 이어갈 수 있는 힘과 희망이 됐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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