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천호동서 3대째 대장간 운영 강영기-단호 부자
7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 동명대장간에서 아버지 강영기 씨(왼쪽)와 아들 단호 씨가 3000도가 넘는 화덕 옆에서 달궈진 쇳덩이를 힘차게 내리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가장자리가 무뎌진 노루발못뽑이(속칭 빠루)는 이렇게 강영기 씨(61)의 대장간에서 오랜 담금질 끝에 반질반질해져 공사현장으로 돌아간다. 7일 오전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있는 강 씨의 대장간. 이날 ‘2대 대장장이’ 강 씨는 10m²(약 3.3평) 남짓한 작업장에서 ‘3대 대장장이’ 아들 단호 씨(32)와 함께 30여 자루의 노루발못뽑이와 20개가 넘는 쇠정을 손질했다. 노루발못뽑이 1개는 4000원, 쇠정은 2000∼3000원에 수리해준다.
강 씨는 6·25전쟁 당시 강원도 철원에서 이곳으로 가족과 함께 피란 왔다. 10년 전 세상을 떠난 강 씨의 아버지는 이곳에서 일을 시작했다. 아버지 곁에서 보고 배운 덕에 강 씨는 열세 살 때부터 대장장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50년 동안 대장장이로 지내며 도끼부터 망치, 낫, 칼, 호미 등 안 만들어본 쇠붙이가 없다. 지금도 각종 연장을 만들어 팔고 있지만 값싼 중국산에 치여 제값을 받지 못한다. 그래도 강동 송파 강남 3개 구를 통틀어 대장간이 여기 한 곳뿐이라 손님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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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가 이어온 가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딸을 낳고 싶긴 한데 아들 낳으면 여기 이 화덕에 쇠 넣는 법부터 가르쳐야죠.” 자신의 아들에게도 가업을 물려주고 싶다는 단호 씨의 말을 듣던 강 씨는 손사래를 치면서도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강 씨는 “마트에서 파는 그럴싸한 연장보다 이곳을 거쳐 간 투박한 연장이 오래가기 마련”이라며 “60년 이어온 가업인데 아들 덕분에 100년을 채우게 생겼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