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회의원 1인당 연간 세비(歲費)가 1억4737만 원(특별활동비 포함)으로 16%나 인상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해(1억2698만 원)와 비교해 16%, 2010년(1억1844만 원)보다는 24% 오른 셈이다. 국회의원 세비 인상안은 국회 본회의를 거치지 않고 여야 원내대표들이 의논해 결정한 뒤 국회의장 결재로 확정된다. 사사건건 으르렁대던 여야가 밥그릇 문제만 나오면 손발이 척척 맞는다.
국회의원 세비 가운데 일반 수당은 공무원 수당 인상률(3.5%) 수준에 맞춰졌다. 국회의원에게 매달 지급되는 입법활동비는 2010년 180만 원에서 지난해 12월 313만6000원으로 74%나 크게 인상됐다. 여론의 눈총을 피하면서 실질적으로 세비를 인상하는 효과를 노린 꼼수다. 국회사무처는 입법활동비를 대폭 인상한 데 대해 “국회의원들이 장관급 예우에 걸맞은 수당 인상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궁색하다.
여야는 지난해 12월 세비를 크게 올렸을 때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어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이번 정기국회 때 대충대충 하다가는 분명히 추가 세비 반납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며 세비 인상을 언급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이 원내대표의 예기치 못한 발언이 없었다면 국민은 까맣게 모르고 지나갈 뻔했다. 국민을 속이려다 얼떨결에 들통이 난 것이다.
여야는 19대 국회 출범과 함께 국회의원 겸직 금지, 무노동 무임금 등 ‘특권 내려놓기’ 경쟁을 벌였다. 지난달 22일 국회 쇄신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밥그릇 문제만 나오면 시치미를 뚝 뗀다. 이래놓고서 여야 정치권이 다시 ‘특권 내려놓기’ 운운한다면 대선을 의식한 ‘정치 쇼’로 비칠 뿐이다. 국회의원들이 진정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실천할 의지가 있다면 당장 세비 인상을 철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