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하루 한 번 붙이는 패치로 소중한 일상 지키세요
할머니는 매사에 남편의 일상생활을 돕는다. 남편은 화장실에서 변을 본 후 뒤처리를 잘 못할 때도 있고 외출 후엔 집을 찾아오는 길도 종종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남편 곁에서 사사건건 모든 생활을 챙겨줘야 한다. 힘에 부칠 때가 많다.
치매는 퇴행성 뇌질환의 일종이다. 완전히 회복하는 건 불가능하다. 일단 발생하고 나면 나이가 들수록 심해진다.
초기 치매환자의 경우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함께 사는 가족도 이상한 점을 놓치기 쉽다. 흔히 치매의 초기 증상으로 기억을 잃어버리는 ‘인지장애’를 꼽는데, 이마저도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혹시 부모나 배우자가 손에 든 전화기를 들고 ‘이걸 내가 왜 들고 있지?’ ‘어떻게 사용해야 하지?’라며 당황한 적이 있다면, 마트에서 구입한 물건 값을 계산할 줄 몰라서 쩔쩔매는 걸 본 적이 있다면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를 체크해 봐야 한다.
치매를 빨리 진단받아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치매 증상은 더 심해진다. 심각한 인지장애도 동반된다.
치매 진단의 기준이 되는 ‘일상생활수행능력(ADL)’은 신체적인 요소와 도구적인 요소로 나뉜다. 신체적 ADL은 세수, 목욕, 옷 입기, 혼자 식사하기, 배변활동 등 일상생활을 타인의 도움 없이 해낼 수 있는 육체적인 능력을 말한다.
도구적 ADL은 스스로를 돌보기 위한 최소한의 능력이다. 전화를 사용하거나 약을 챙겨 복용하는 것, 교통수단을 이용해 이동하는 것 등이 해당된다. 이 외에도 돈 관리, 취미생활, 세탁, TV 보기 등도 포함된다.
이 중에서 도구적 ADL은 치매를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구적 ADL이 감퇴할 때 빨리 발견돼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진다면 치매의 양상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
○ 전문 치료제로 증상진행 늦출 수 있어
국내에서 처방되고 있는 치매(알츠하이머) 치료제는 대부분 뇌의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해되는 걸 억제하는 원리다. 이를 통해 인지기능이 소실되지 않도록 한다. 이런 약 가운데 대표적인 게 노바티스의 ‘엑셀론’이다.
엑셀론은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유지하는 데에 효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설거지, 쓰레기 처리, 시장에서 물건 사기 등 세부적인 일상생활 수행능력 항목을 유지하는 데에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먹는 약과 붙이는 패치 등 다양한 형태로 출시돼 있어 환자나 보호자의 선택 폭이 넓다.
엑셀론 패치는 2008년 3월 국내에 출시됐다. 500원짜리 동전만 한 크기로 몸에 부착하는 패치 형태의 치료제다.
치매 환자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시험 결과 먹는 약과 효능 면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엑셀론 패치는 하루에 한 번 몸에 붙이면 24시간 동안 약물이 혈중 약물 농도를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고르게 전달된다.
치매 환자는 제 때 맞춰서 약을 챙겨 먹기가 쉽지 않은데, 패치의 경우 간병인이나 보호자가 쉽게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해서 더욱 안전하다.
치매는 나이가 들어 생기는 단순한 ‘노망’과는 다르다. 증상이 악화될수록 환자는 물론 보호자의 삶의 질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조기에 진단받고 적절히 치료해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