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주한美대사 작성 문건 이건희 등 84명 차기리더 꼽아
이런 내용은 1972년 12월 18일 미 국무부의 지시를 받은 필립 하비브 당시 주한 미 대사가 작성해 1973년 3월 30일 본국에 보고한 8쪽짜리 ‘한국의 잠재적 지도자 리스트 수정’이라는 제목의 비밀 전문에 실려 있다. 재미 언론인 안치용 씨는 지난달 20일 이 전문 사본을 입수해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했다. 잠재적 지도자 명단에는 국회의원, 정부 관리, 언론계, 학계, 군부, 기타 등 총 6개 분야에서 84명의 이름이 올라 있다.
군부 고위 장성급으로 서종철 당시 대통령비서실 안보담당 특별보좌관, 강창성 육군 보안사령관, 진종채 육군 정보사령관 등과 함께 준장급인 전두환 단장이 지목됐다. 전문이 작성된 1973년에는 군부 내 쿠데타 모의 사건인 ‘윤필용 사건’이 터져 군부 비밀조직인 하나회가 위기에 처했지만 미국이 하나회 핵심 멤버인 전 전 대통령을 차기 지도자로 꼽았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당시 31세이던 이건희 중앙일보 동양방송 이사는 잠재적 지도자에 오른 84명 가운데 최연소자였다. 미국은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의 후계자로 이맹희 씨 등 형들을 제치고 벌써부터 이 회장을 점친 셈이다.
당시 정치인 가운데는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이철승 김용태 박준규 조윤형 씨 등 20명이 포함됐으며 정부 관리 가운데는 노신영 김만재 이건개 강인덕 함병춘 씨 등 27명이 포함됐다. 종교계에서는 김수환 추기경과 강원용 목사가 포함됐다. 학계에서는 김옥길 이화여대 총장 등이 차기 지도자로 꼽혔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