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진 스님이 템플스테이 사찰이 표시돼 있는 지도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스님은 “말이 안 통해도 따뜻하게 웃으며 반기면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다. 입만 ‘웰컴’ 해서는 소통이 안 된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템플스테이 10주년을 평가하면….
“우리나라에서 요즘 우리 것이라고 할 만한 것이 별로 없다. 고궁을 보고 한식을 맛보면 그만 아닌가. 불교는 외국에서 전래했지만 1700년 역사 속에서 우리 삶과 밀착해 우리 것이 됐다.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템플스테이를 ‘전 세계의 성공적인 5대 관광 상품’ 중 하나이자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관광 자원으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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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학점, 점수로 치면 70점 정도 아닐까(웃음). 가장 큰 성과는 템플스테이가 이제 갈 길을 찾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길인가.
“템플스테이는 단지 사찰에서 며칠 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 전통을 알리는 문화 운동이다. 이미 ‘템플스테이의 진화’가 이뤄져 왔다. 이를테면 금산사의 ‘내비둬’ 콘서트는 음악과 강연이 중심이다. 백담사는 108배와 사찰음식 만들기, 대청봉 봉정암 참배 등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채울 수 있는 프로그램 중심이다. 또 레저형도 있고,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교육형도 있다.”
―아직 외국인들의 이용도가 낮고 대부분의 사찰이 산에 있어 접근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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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본산인 조계사는 ‘항상 공사 중’이다. 제대로 된 안내도 없다.
“불가피한 사정이 있겠지만 개선이 필요하다. 곧 홍보관을 만들어 템플스테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해설사를 상주시켜 외국인과의 소통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
―지난해 템플스테이 예산 감축과 관련해 조계종이 정부와 심각한 마찰을 빚기도 했다. 개신교 일각에서 편향적 지원이라며 ‘처치 스테이(church stay)’를 하겠다는 주장도 나온다.
“억울하다. 템플스테이가 시작된 것은 정부의 아이디어였다. 예산의 집행도 템플스테이를 위한 용도로 한정돼 있고 재정과 관련한 모든 자료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처치 스테이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필요하다면 그동안의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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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의 핵심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차를 타고 스쳐 지나가는 비디오식 구경이나 해설사의 백과사전적 정보 전달은 큰 의미가 없다. 스님들도 반성해야 한다. 템플스테이는 담당자만의 소임이 아니라 사찰 전체의 몫이다. 누군가 그 절을 찾는다면 손님이 아니라 그 절의 대중(大衆)으로 여겨야 한다.”
“수행이야 경전 안과 밖이 다를 게 없지만 하도 결재가 많아 번잡하긴 하다. 무주묘행(無住妙行)이란 말이 있다. 알고 배운 것에 머무르지 말고, 마음과 행동으로 새로운 것을 낳으라는 의미다. 그렇게 살려고 노력한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