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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약 변경 없던일로

입력 | 2012-08-29 17:55:00


사후피임약(긴급피임약)이 지금처럼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남는다. 사전피임약도 계속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약국에서 바로 살 수 있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9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약심)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에 앞서 6월 7일에 정부는 사후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사전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두 달 만에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피임약의 부작용과 구입방법에 대한 설명이 오락가락하면서 국민이 혼란을 느끼게 됐다.

당시 식약청은 "사전피임약은 1년 이상 복용해야 하므로 개인에 따라 유방암 발생과 같은 부작용 사례가 많이 보고됐다. 유럽 등 선진국은 대부분 의사 처방전을 받아 사도록 한다"며 전문의약품으로 변경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사후피임약에 대해서는 야간이나 공휴일에 소비자가 급하게 찾는 만큼 외국에서처럼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보건당국이 계획을 철회한 이유는 종교계가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천주교를 중심으로 "사후피임약을 쉽게 살 수 있으면 낙태목적으로 빈번하게 쓰게 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그릇된 유흥 문화 속에서 성 관계를 맺었다가 임신을 피하려고 약을 찾는 사례가 늘어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29일 약심에서도 이 문제로 갑론을박을 벌이다가 현재의 의약품 분류방식을 바꾸지 않기로 했다. 김원종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사용관행이나 사회·문화적 여건을 고려해 현 상태를 유지하고 보완책을 마련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과학적으로는 당초 결정이 옳지만 현실적으로는 당장 시행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복지부는 나름대로 '안전조치'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우선 사전피임약의 장기복용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용법과 주의사항을 담은 안내서를 약국에 비치하기로 했다. 제약사가 광고를 할 때는 '복용시 병·의원 진료, 상담이 필요하다'는 점을 표기하도록 했다. 또 가급적 병원에서 처방받도록 유도하기 위해 처방전을 보건소로 가져오면 무료로 주기로 했다.

사후피임약의 경우 야간진료를 하는 병원이나 응급실에서 심야(오후 10~다음날 오전 6시)나 휴일에 원내조제를 허용하기로 했다. 보건소, 성폭력상담소, 학교보건실과 연계된 응급실에서는 직접 사후피임약을 내주도록 했다. 꼭 필요한 사람에 한해 간편하게 처방받게 하자는 취지다.

복지부는 부작용 사례를 검토해 분류체계 변경여부를 3년 후에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약국, 병원, 학교보건실, 제약업체와 어떻게 협조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약심은 504개 의약품을 다시 분류해 내년 3월 1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의약분업 이후 12년 만이다.

일반의약품 중 어린이 키미테 패취, 우루사정200mg, 클린다마이신외용액제(여드름 치료제)는 전문의약품으로 바뀌었다. 전문의약품인 잔탁정 75mg(속쓰림 치료), 아모롤핀염산염외용제(무좀 치료제)는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됐다.

인공눈물로 사용되는 '히알루론산나트륨 0.18%', 락툴로오즈 성분의 변비약은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 모두에 해당된다. 이런 약은 처방을 받고 사도 되고, 약국에서 바로 사도 된다.

노지현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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