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과 산문집 함께 펴내
문정희 시인은 “젊다는 것에 대한 가치가 커진 세상이다. 나도 젊다. 수치(나이)가 아니라 용기와 모험이 젊다는 것의 잣대라면 나는 여전히 젊다”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시인은 물에 자신을 이입하고, 결국 물과 하나가 된다. 시를 읽는 독자들도 하나가 되기를 원한다. 물과 물이 만나면 결국 물이 되는 것처럼. “물의 원형적 심상은 생명, 정화, 갱생이에요. 물방울 하나에 사랑, 상처, 고통, 모험, 그리고 제 카르마(업보)가 들어있죠. 올림픽 양궁을 보면 화살이 10점 과녁에 들어가는 순간 화살과 과녁, 궁사가 전혀 다른 물질이 아니라 하나가 되는 것 같아요. 제 시집을 통해서도 물과 물을 쓰는 저, 그리고 물을 읽는 독자가 하나가 되고 흠뻑 젖었으면 좋겠어요.”
광고 로드중
‘살아 있다는 것은/파도처럼 끝없이 몸을 뒤집는 것이다/내가 나를 사랑하기 위해 몸을 뒤집을 때마다/악기처럼 리듬이 태어나는 것이다’(시 ‘살아 있다는 것은’ 일부)
문 시인은 시원시원하고 활달한 성격이다. 하지만 “자신이 눈물과 바다 중 어디에 가깝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눈물”이라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대부분의 사람이 저를 ‘바다’로 보지만 사실 ‘눈물’에 가까워요. 고독과 비감 속에서 시를 쓰는 에너지가 나옵니다. 가수 싸이가 ‘싸이와 박재상(싸이의 본명)이 다르다’고 하는 것처럼 시인 문정희와 인간 문정희가 다른 거지요.”
산문집에는 해외 체류 경험을 주로 적었지만 여행기라기보다는 시작노트에 가깝다. 인상 깊었던 순간을 적고, 그 느낌으로 썼던 시를 뒤에 덧붙였다. “제 시가 배태됐던 흙의 이야기를 모았어요. 잡다한 일상보다는 제 시 이야기를 다정하게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시인은 고교 때부터 문학 천재로 불리며 미당 서정주(1915∼2000)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쉼 없이 시작 활동을 해온 그는 “저처럼 호기심 많은 사람이 40년 넘게 시만 ‘팠다’. 어떤 의미에서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시를 얻었다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