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 선생 死因 논란 재점화… 핵심 3인 인터뷰
▼ “유골이 나왔지만 달라지는 것 없다” ▼
■ “실족사 목격” 김용환씨
“유골이 세상 밖으로 나왔어도 하나뿐인 진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광고 로드중
22일 본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용환 씨. 김씨는 사진촬영을 원하지 않았지만 본보는 장준하 실족사에 대한 의혹이 공론화됐다고 판단해 게재한다.
대선을 앞두고 다시 장 선생의 죽음이 논란이 되는 데도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무슨 이야기가 나오든지 정치적 싸움의 구실이 될 뿐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는 “사실상 종결된 것 아니냐. 두 번에 걸쳐 철저하게 조사를 했으니 이미 결론이 난 것과 다름없다”며 “내 말을 믿지도 않으면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같은 이야기를 또 반복하라고 강요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더이상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날 괴롭히지 않았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장 선생의 추락 지점을 명확히 찾지 못하고 진술이 일관되지 못하는 등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여전히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그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수십 년이 지난 뒤 산 속에서 같은 장소를 찾는 것이 가능한 일이냐”며 “머릿속으로는 정확히 기억한다. 장 선생이 떨어진 그곳에는 자갈이 많았고 위쪽으로는 모래가 있었다. 조사위와 함께 현장검증을 한 후에도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산을 여러 번 올라 추락 지점을 찾으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광고 로드중
▼ “팩트만 말했는데 좌우 제각각 해석” ▼
■ 유골 검안 이윤성 서울대교수
21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연구실에서 본보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는 이윤성 서울대 의과대 법의학연구소 교수.
21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연구실에서 만난 서울대 의과대 법의학연구소 이윤성 교수는 인터뷰 내내 ‘과학적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일 장준하 선생 묘 이장을 참관하며 고인의 유골을 검안했다. 고인의 두개골에서 지름 6∼7cm의 타원형 골절 흔적이 발견된 것과 관련해 그는 “처음 본 순간 망치로 때린 것 같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고 말했다. 검안 결과를 검토한 뒤 그는 “유골의 머리뼈 골절은 (망치 같은) 둔체에 의한 손상이지만 가격에 의한 것인지, 넘어지거나 추락하면서 부딪쳐 생긴 것인지는 판단할 수 없다”는 소견을 내놨다.
광고 로드중
이 교수는 장 선생의 죽음이 ‘망치로 인한 타살’임을 단언할 수 없는 몇 가지 법의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타원형 골절 바깥의 방사형 골절은 일반적으로 망치 가격보다 훨씬 큰 충격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 △망치에 맞은 시신에는 여러 차례 내리친 상처 자국이 흔히 발견되는데 장 선생의 경우 한 개뿐이라는 점 △시신 두피에 망치 가장자리 모양으로 찢어진 상처가 남아야 하는데 고 조철구 박사가 1993년 민주당 진상조사위에 낸 검안 소견에는 이 같은 내용이 없었다는 점 등을 꼽았다.
시신의 오른쪽 골반 뼈가 여러 조각으로 부서진 사실이 새롭게 밝혀진 것과 관련해 이 교수는 “골반 뼈는 사람의 힘으로 부수기에 무리가 있어 추락에 따른 손상일 가능성이 크다”며 “망치에 맞은 뒤 절벽으로 굴러 떨어졌거나 추락으로 머리와 골반이 같이 손상됐을 가능성 모두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지금이라도 정확한 사인에 근접하려면 고인의 모든 뼈를 X선 촬영을 해 미세한 골절이 있는지 확인하고 생체조직에 독극물이나 마취제가 남아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현장에 간 목격자 추락 바위 못찾아” ▼
■ “타살” 양승규 1차 진상규명委長
20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자택에서 양승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초대 위원장이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장 선생 의문사 사건을 조사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양승규 초대 위원장(78)은 20일 본보 인터뷰에서 “37년 만에 장 선생의 유골이 우리를 다시 찾아온 것은 진실을 밝히라는 무언의 시위”라며 “진범을 잡지 못하더라도 사인을 밝히기 위해 반드시 재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양 전 위원장은 장 선생의 죽음을 ‘정보기관원에 의한 타살’로 단언한다.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로 알려진 김용환 씨의 진술이 구체적이지 않아 믿기 어렵다는 이유다. 그는 2001년 5월 31일 목격자 김 씨와 장 선생이 추락사 한 경기 포천시 약사봉 현장을 찾았다. 진상규명위 직원 10여 명과 전문산악인 3명도 함께 갔다. 정상 부근에 도착한 양 위원장은 “김 씨에게 ‘당신이 장 선생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는 바위를 찾으라’고 했는데 김 씨는 한동안 산등성이를 오르내렸지만 제대로 지목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양 위원장은 “당시 김 씨 진술에 따라 장 선생이 추락한 지점으로 가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사고 당시에는 그 지점에 갔다고 주장한 김 씨가 ‘추락 지점인 그 바위에는 (너무 위험해) 접근할 수 없다’고 하더라. 그는 시신 발견 지점도 지목하지 못했다. 그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양 전 위원장은 “현장검증을 끝낸 뒤에 김 씨에게 ‘이제 그만 진실을 털어놓으라’고 했지만 그는 ‘장 선생은 실족사하셨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했다.
양 위원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진상규명위가 열렸는데도 사인을 밝히지 못한 이유에 대해 △사인과 관련한 공식적 의학기록이 없었던 점 △유일한 목격자인 김 씨가 진술을 번복해가며 ‘실족사’임을 일관되게 주장하는 점 △장 선생에 대한 국정원 사찰기록이 사고일 전후로 비어 있었고 기무사에서 관련 정보제공을 거부한 점 등을 지적했다.
▶ [채널A 영상] ‘타살 의혹’ 두개골 오른쪽에 선명한 골절
고현국 기자 m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