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경찰 에콰도르 대사관 포위 “체포 위해 진입할수도” 강경19일 남미연합 긴급 대책회의 에콰도르 지지성명 등 논의
“어산지 출국 허용하라”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안 어산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16일 영국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 앞에서 에콰도르 망명을 허가받은 어산지의 출국 허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영국 정부는 어산지의 출국을 금지하고 그를 스웨덴으로 송환할 방침이다. 런던=신화 연합뉴스
브라질 외교부는 16일 “어산지 망명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미국가연합 외교장관 회의를 19일 에콰도르 과야킬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회의에서는 영국 경찰이 에콰도르 대사관에 들어가 어산지를 체포할 경우에 대한 대응 방안과 에콰도르 정부에 대한 지지 성명 발표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루이스 알마그로 우루과이 외교장관은 “영국 정부가 에콰도로 정부의 결정을 존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남미국가연합은 남대서양 포클랜드 섬(아르헨티나명 말비나스 섬) 영유권을 둘러싼 1980년대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분쟁 때 아르헨티나를 공개 지지한 바 있다.
에콰도르 정부의 요청에 따라 중남미 좌파 블록인 베네수엘라 쿠바 니카라과 등으로 구성된 ‘미주(美洲)를 위한 볼리바르 동맹(ALBA)’도 18일 긴급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스웨덴에서 위키리크스를 지지하는 여성 2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어산지는 영국 대법원이 올해 5월 그를 스웨덴으로 송환하는 판결을 확정하자 6월 19일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해 망명을 신청했다.
에콰도르가 어산지의 망명을 허용했지만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나가지 못하고 장기 체류할 가능성이 높다. 영국 정부는 어산지의 출국을 허용하지 않고 영국 경찰은 어산지를 체포하기 위해 대사관 밖에서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산지가 포위망을 뚫고 에콰도르에 도착하면 영국은 에콰도르에서 대사관을 철수하는 등 더 큰 외교적 마찰이 일어날 수도 있다.
에콰도르 정부가 외교적 마찰을 무릅쓰고 어산지의 망명을 허용한 것은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의 내년 2월 대선 전략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에콰도르 정치 분석가 호르헤 레온은 17일 “어산지에게 망명을 허용한 것은 코레아 대통령의 좌파 이미지를 돋보이게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비밀 외교문건과 미군의 민간인 사살 영상 등을 폭로해 반미(反美)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어산지를 도와주는 것은 반미 성향이 강한 코레아 대통령에게 정치적 이득이 된다는 것이다.
어산지는 19일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위키리크스는 이날 트위터에 “19일 오후 2시 에콰도르 대사관 앞에서 어산지가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이는 올해 3월 이후 대중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어산지는 대사관 창문에서 성명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외신은 전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