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명 오피니언팀장
박 의원의 장점을 묻는 대목에서 머뭇거리던 젊은 세대들은 단점에 대해서는 주저하지 않았다. ‘아버지 잘 만난 엄친딸(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해 모든 것이 완벽한 엄마 친구 딸)’ ‘서민이나 젊은층과 별로 소통하지 않는 인물’이란 답이 많았다.
특히 젊은층이 당면한 문제에 적절한 정책이나 해법을 제시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예스”라고 대답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한 대학생은 “안 교수는 비록 해결책은 없어도 우리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인데 박 의원에게서는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지도층의 사명감,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있어 보이는데 힘든 사람들의 마음을 잘 어루만져 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한 대학원생도 있었다. 소통, 불통을 떠나 함께 고민해 보자는 교감이 안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광고 로드중
‘박정희=독재’라고 각인된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박근혜=독재자의 딸’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런 역사인식에는 분명히 문제가 적지 않다. 세계 최빈국(最貧國)의 하나였던 한국을 이만큼 발전시킨 토대를 만든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박정희의 업적이다. 하지만 상당수 젊은 세대가 지닌 편중된 역사인식의 근본책임은 균형 있게 현대사를 가르치지 않은 교사들과 부모에게 있기 때문에 2030 탓만 할 수도 없다.
어떻든 독재를 경험하지도 않았으면서 독재를 악이라고 배운 세대에게 “5·16은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박 의원의 말은 호소력이 약한 것 같았다. 한 30대 직장인은 “청년백수 비정규직이 넘쳐나고 가장들은 빚에 허덕이는데 박 의원이 내건 ‘개인이 행복한 사회’라는 구호도 공허하게 들린다”고 했다.
유권자들에게는 정책과 전략, 사상과 철학도 중요하지만 감성적 교감이 우선이다. 마음이 열려야 (정책을 들을 수 있는) 귀도 열리는 법. 교감 없는 소통이란 있을 수 없고 소통 없는 정책은 붕 뜬 이야기일 뿐이다. 새누리당과 박 의원은 젊은 표심을 잡겠다고 말하지만 시중에서 만난 2030들과의 교감은 멀어 보였다. 야구로 치면 경기는 지금 8회를 넘어 9회로 가고 있는데 말이다.
허문명 오피니언팀장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