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4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대학생 연합기숙사 확충 방안’을 마련했다. 정부 관계자는 “국공유지와 공공기금 융자, 대학들의 지원금 등을 활용하면 기숙사비를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신학기마다 되풀이되는 대학가의 ‘방 구하기 대란’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첫 반값 기숙사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국유지(3418m²)에 들어선다.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이며 올해 착공한다.
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사립대의 기숙사비는 월 28만∼40만 원(2인실 기준)으로 국립대(12만∼14만 원)의 2∼3배에 이른다. 재학생 대비 기숙사 수용률도 사립대는 17% 수준으로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2007년부터 건설자금의 저리(低利)융자, 건축규제 완화를 통해 대학별로 기숙사 건축을 지원했다. 하지만 캠퍼스 내에 기숙사를 지을 땅이 부족해서 공급 확대와 기숙사비 인하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정부가 들고 나온 아이디어는 기숙사를 아예 캠퍼스 밖으로 끌어내 여러 대학 학생들이 공동으로 이용하게 한다는 것이다.
건설자금은 국민주택기금이나 사학진흥기금이 최저 연 2%의 금리로 빌려주며 해당 대학도 학생들에게 월 5만 원 수준의 기숙사비를 보조한다.
정부는 이런 방식으로 1인당 기숙사비를 월 19만 원 수준으로 낮추고 연평균 인상률도 2% 이내로 묶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소득수준별로 기숙사비를 차등화해 저소득층 학생이 더 큰 혜택을 보게 할 방침이다.
○ 내년까지 3곳 착공 목표
연합기숙사의 건립 후보지로는 홍제동을 비롯해 서울 광진구 구의동, 마포구 공덕동, 동작구 흑석동, 성동구 행당동 등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홍제동에 ‘1호 연합기숙사’를 올해 착공하고 2013년에 두 곳을 더 짓기로 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학원비를 과다 징수하는 학원을 대상으로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의뢰하는 등 물가 안정화 방안을 마련했다. 올 1분기(1∼3월) 가구당 학원비 지출액은 월 16만6000원으로 세 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또 폭염과 이상기후에 따른 농축산물의 가격상승 흐름을 점검하는 한편 가공식품 가격의 편법 인상을 엄단하기로 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