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딜레마 어떻게 생각하나
2010∼2012 세계 가치관 조사
복지 확대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 가운데 ‘노력에 따른 소득의 격차를 인정하느냐’는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가가 복지를 확대하면 사람들은 노력하지 않고 소득이 공평해지기를 원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을 ‘복지 딜레마’라 부를 수 있는데 이러한 현상이 크게 나타나면 사회 발전에 저해가 될 수밖에 없다. 조사 대상 34개국 국민의 반응을 보면 한국인의 복지에 대한 태도는 아주 합리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한국 국민의 복지 확대에 대한 열망은 34개국 중 3번째로 높다. ‘정부가 복지에 더 책임을 져야 한다’와 ‘당사자가 각자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선택에 10점 척도를 사용해 조사했는데 점수가 낮을수록 정부의 복지 확대를 선호한다는 의미다. 한국 응답자의 평균은 3.52점(전 세계 평균은 5.44점)으로 국가의 복지 확대를 강력히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다음은 일본으로 평균 3.72점이었다. 한국보다 복지 확대를 선호하는 국가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뿐이다. 반면 이른바 ‘복지 선진국’인 서구권 국가의 응답자들은 정부의 복지 확대보다는 개인의 생계 책임을 더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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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문제는 ‘국민들이 경쟁을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것이다. 국가의 복지 확대는 경쟁을 필요로 하는 사회구조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경쟁을 하지 않아도 국가가 개인의 경제생활을 책임진다면 누가 피나는 경쟁을 원하겠는가. 경쟁에 대한 태도를 파악하기 위해 10점 척도를 이용했다. “경쟁은 일을 열심히 하게 만들고 창조성을 높인다”는 의견에 동의하면 낮은 점수에, 반대로 “경쟁은 인간의 사악함을 조장한다”에 동의하면 높은 점수에 표시하도록 했다. 즉 점수가 낮을수록 경쟁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어수영 이화여대 명예교수 정치학
이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한국 국민들이 복지 확대와 관련해 보여주는 국민의식의 특징은 ‘합리적 복지’ 또는 ‘근면하고 부지런한 복지’라고 할 수 있다. 무조건적, 획일적 복지 확대보다는 열심히 일해 소득에 차이가 나는 것을 선호하며, 국가는 부족한 부분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형태의 복지를 선호한다고 하겠다.
어수영 이화여대 명예교수 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