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주택 품귀… 땅값 꿈틀… 제주 부동산에 바람 바람 바람
8일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 자리한 영화 ‘건축학개론’의 실제 세트장. 제작사가 갤러리 겸 카페로 리모델링할 예정이라며 출입을 금지한다는 현수막을 걸어 놓았으나 영화 속 집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들이 꾸준히 이곳을 찾고 있다. 제주=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2. 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제주도로 향하는 비행기 안. 평일이었지만 빈자리가 없다. 옆에 앉은 이도, 앞에 앉은 사람도 중국인 단체관광객이었다. 제주도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서귀포시 중문단지의 음식점에도, 해안가에서도 어디서나 중국어가 들려왔다.
제주의 부동산 시장이 펄펄 끓고 있다. 특히 농가주택은 품귀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세컨드하우스나 게스트하우스를 마련해 제2의 삶을 시작하려는 이들은 물론이고 풍광 좋은 제주도에 반한 ‘차이나 머니’까지 가세한 결과다.
예전에는 펜션이 인기였지만 지금은 농가주택을 싸게 구입해 새로 꾸미거나 게스트하우스를 열려는 사람이 늘어났다고 한다. 이승익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제주지부장은 “1억 원대 농가주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며 “거래량이 20∼30%는 늘었다”고 전했다.
토지 거래도 늘었다. 6월 전국 토지 거래량은 약세였지만 제주지역은 달랐다. 2875필지, 407만 m²가 거래돼 전년 동월(2612필지, 338만 m²)에 비해 거래량이 필지 수로는 10.1%, 면적 기준으로는 20.4% 증가했다.
한정된 물건에 수요가 넘치다 보니 땅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경관 좋은 해안도로 땅은 3.3m²당 30만∼40만 원, 높게는 100만 원을 호가한 지 오래고 저렴하던 중산간도로 인근 지역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부동산 중개 일을 하는 김모 씨(37)는 “전에는 평당 10만 원 하던 지역도 요새는 기본이 20만 원”이라며 “올해 10∼20%는 족히 올랐다”고 말했다.
제주도 집과 땅에 사람들이 몰리는 요인으로는 확 달라진 관광 인프라가 꼽힌다. 먼저 저가항공사가 등장해 제주도에 대한 심리적 거리가 줄었다. 전에는 ‘살고 싶지만 너무 먼 곳’이었다면 이제는 오가며 충분히 살아볼 만한 곳이 됐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차이나 머니’가 유입된 점도 한몫했다. 올해 6월까지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은 460만823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7% 증가했다. 특히 2008년 2월 시행된 무비자 입국효과로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 중국권 관광객(42만8361명)을 포함한 전체 외국인 관광객은 66만9634명으로 지난해 대비 97.1% 급증했다.
제주도의 ‘외국인 토지 취득 현황’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중국인 소유 제주도 땅은 총 144만2865m²로 올해 1분기(1∼3월)에만 2만6865m²를 사들였다. 중국 기업들의 부동산 투자가 늘어난 덕분이다. 외국 개인들의 리조트 투자 역시 잇따르고 있다. 제주도는 2010년 2월부터 콘도·리조트 등 휴양형 시설에 50만 달러 또는 5억 원 이상을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영주권 신청 자격을 주고 있다.
이러한 열기에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은 “외국인들의 돈이 유입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조만간 상승 폭이 한풀 꺾여 조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제주=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