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 휴보 만든 오준호 KAIST교수 장치 개발… 北 미사일 요격 활용 가능
인공위성 실시간 추적장치 국내 첫 개발
인공위성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장치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됐다. 이 장치를 활용하면 대기권 밖 한반도 상공에서 우리나라 군사 정보 등을 수집하는 스파이위성을 찾아내 감시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외국의 첩보위성이 한반도를 엿보고 있어도 이를 확인할 방법을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다.
오준호 교수
인간형 로봇 ‘휴보’ 개발자로 유명한 오준호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10일 “로봇 제작 기술을 응용해 한반도 상공을 지나가는 인공위성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적도의(赤道儀) 방식 광학(光學) 추적장치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적도의는 천체망원경이 원하는 별자리를 따라 움직이게 하는 자동 방향 전환 장치다.
오 교수팀은 별의 이동을 파악하는 천체망원경 고정장치(마운트)를 개발한 뒤 제어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해 하늘에 떠 있는 인공위성을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이 장치를 이용해 8일 오후 8시경 한반도 상공 350km 위에서 음속의 20배로 날고 있는 대형 인공위성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찾아내 ISS의 궤적과 이동 모습을 흔들림 없이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이 같은 광학 위성 추적시스템은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일부 선진국만 갖추고 있다. 이 장치와 기술을 군사용으로 전환하면 적군의 비행기나 장거리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쓰는 자동 대공 방어시스템으로 활용할 수 있어 방공 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장치에 흔들림이나 진동을 막아 주는 ‘스테빌라이저’ 기능만 추가하면 군함에서 적의 미사일을 기관포로 쏘아 맞히는 정밀 근거리 방어시스템(CIWS)으로 개발할 수 있다.
○ “광학 탐지는 우주 감시의 기본”
오 교수는 “이 장치는 단 1초 만에 20도씩 어느 쪽으로든 고속으로 방향을 바꿀 수 있다”며 “1초각(3600분의 1도)의 정밀도로 별이나 인공위성을 조준할 수 있고, 궤도만 입력해 주면 하늘의 어떤 물체도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장치는 오 교수가 2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했다. 그가 이런 연구를 진행한 까닭은 국내에 우주 감시 장비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그는 “러시아의 화성 탐사선 ‘포보스-그룬트’호(號)가 지난달 16일 새벽 지구상에 추락할 때 한국도 예상 추락지역에 속해 있었다”며 “미국이 좌표 정보를 한국에 제공했지만 탐사선을 추적할 장비가 없어 어디에 떨어질지 알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 첨단 군사 기술로도 활용 가능
이 장치는 적국의 첩보위성 등을 감시하는 데도 쓸 수 있다. 오 교수는 “첩보위성은 우주레이더 등을 이용해 2중 3중으로 확인해야 하는데 현재 미국 같은 강대국만 수조 원의 비용을 들여 이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이런 광학 탐지장치로도 기본적인 감시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로봇공학은 다양한 곳에 쓰이는 만큼 앞으로도 우주연구 분야에 도움이 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