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어르신연극동아리 ‘경로당 폰팅사건’ 연습 구슬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화동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연출가 강영걸 씨(오른쪽)가 연극 ‘경로당 폰팅사건’에 캐스팅된 노인 단원들의 연기를 지도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화동 종로노인종합복지관 2층 회의실에선 백발의 어르신들이 모여 대본 연습 중이었다. 경로당 전화요금을 둘러싼 한바탕 소동을 다룬 연극 ‘경로당 폰팅사건’ 공연을 앞두고 어르신 연극 동아리 극단 빨래터 회원 13명과 이번 연극의 연출을 맡은 강영걸 씨(69)는 이날 두 번째 수정을 갓 마친 대본을 읽으며 대사를 맞춰 봤다. 강 씨는 관객 20만 명을 동원한 ‘불 좀 꺼주세요’를 연출하며 1990년대 연극계를 주름 잡았다. 삼성문예상, 백상예술대상, 서울연극제 희곡상 등을 휩쓸었던 그가 동네 어르신들의 연극 연출을 맡기로 한 건 노년의 삶을 진지하게 채워 나가는 단원들에게 사명감과 보람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다.
사단법인 소극장협회는 종로구와 함께 지난해부터 대학로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대학로소극장 축제를 열어 왔다. 협회 측은 이달 말 개최되는 축제에서 두 번째 연극을 선보이는 어르신 극단의 전문적 지도를 위해 강 씨에게 연출을 부탁했다. 강 씨는 “학예회 수준에 머무는 연극이 아니라 이분들이 살면서 제대로 된 연극을 맛보고 갈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에 연출을 맡기로 했다”며 “완벽한 연기는 선보이지 못하더라도 주말도 반납하고 연습하는 이분들의 진정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씨는 어르신들의 연기력을 고려해 배역이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손수 극본을 각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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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폰팅사건의 범인이 궁금하다면 28, 29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소극장 시월을 찾으면 된다. 공연비는 무료지만 후원금을 모아 연극 꿈나무를 위해 쓸 계획이다. 문의 02-741-4188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