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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SC은행, 이란과 2500억달러 불법거래

입력 | 2012-08-08 03:00:00

10년동안 6만건 돈거래… 수백만달러 수수료 챙겨
美뉴욕주 “면허 박탈” 경고




영국 금융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이어지고 있다.

바클레이스은행의 리보금리 조작, HSBC은행의 북한과의 거래 및 마약조직 돈세탁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이번에는 스탠더드차터드(SC)은행이 핵개발 의혹으로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과 불법 금융거래를 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날 영국증시에서 SC 주가는 6.19% 급락했다.

미국 뉴욕 주 금융감독국은 6일 “SC은행이 2001∼2010년 이란 정부가 소유한 은행, 법인들과 2500억 달러(약 282조 원)에 이르는 불법 거래를 하는 등 6만 건의 거래를 숨겼다”며 “SC는 이란중앙은행, 멜리은행, 사데라트은행 등 이란 은행과 거래하며 수백만 달러의 수수료를 챙겼다”고 밝혔다. SC가 리비아 미얀마 수단 등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다른 나라와도 거래해 온 사실도 드러났다.

특히 SC은행 수뇌부가 불법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까지 무시한 정황까지 나타났다. 2006년 SC은행 미주 지역 간부는 런던의 경영진에게 e메일로 “이란과의 거래로 은행의 명성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고 심각한 형사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경영진은 “이 재수 없는 미국인들, 당신들이 뭐라고 우리가 이란과 거래할 수 없다고 참견하느냐”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 주는 “SC은행의 사외자문역을 맡아 온 경영컨설팅업체 딜로이트가 은행의 불법 금융거래에 공조한 정황을 파악했다”며 SC은행에 거래 내용 조작과 공무집행방해 및 불법 경영 신고 누락 등의 혐의까지 제기했다. 미 법무부는 연방수사국(FBI)과 함께 SC은행에 대한 형사 처벌을 검토하고 벌금 부과와 함께 독립감사관을 파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뉴욕 주 금융감독국은 “테러리스트나 무기·마약 거래상, 부패 세력 등과의 불법 거래는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취약하게 만든다”며 “뉴욕 주 은행 면허를 박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SC은행 런던 본사는 6일 “뉴욕 주 금융감독국이 발표한 요구서가 사실관계를 충분하고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며 이란과의 불법 금융거래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앞서 HSBC는 유령회사까지 차려 불법 계좌를 운용해 오며 금융제재 대상국인 이란, 북한과의 거래를 방조하고 멕시코 마약범죄 조직의 돈세탁을 묵인한 혐의 등으로 미 법무부로부터 20억 달러(약 2조2700억 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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