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증여세 회피 첫 제동… “주식가치 높아져 자손 이익”
자손의 회사에 재산을 넘겨 세금을 덜 내는 편법에 제동이 걸렸다. ‘포괄증여’로 보고 법인세 대신 세율이 높은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온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조일영)는 비상장법인 H건업 주식회사의 대주주 지모 씨 등 2명이 강남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등 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26일 “과세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판결에 따르면 지 씨의 할아버지는 자신이 소유한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3층 건물을 2006년 3월 손자가 운영하는 H건업에 증여했다. 회사는 건물 수입 63억7900만여 원을 이익금에 포함시켜 법인세 15억6700만여 원을 추가로 냈다. 그러자 지난해 4월 서울지방국세청은 건물 증여로 H건업의 주식 가치가 증가한 부분에 대해 증여로 보고 손자 등에게 증여세 2억3280만 원을 부과했다. 지 씨 등은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한 뒤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광고 로드중
재판부는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할아버지가 회사에 부동산을 증여하는 방법으로 주식의 가치를 높여 그 차액만큼 이익을 자손들에게 증여한 것이므로 개정 상증세법상 과세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법원 측은 “이번 판결로 회사를 통한 편법 재산 증여 및 경영권 승계를 막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