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 국채-예금에 쏠려 회사채 외면 자금조달 막혀, ‘안전자산의 역설’에 주름살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시중자금이 국채, 은행 예금 등 안전자산에만 몰리면서 중견·중소기업은 ‘돈 가뭄’에 시달리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돈이 안전한 단기 금융상품에 집중되는 단기부동화현상 때문에 금융시장 불안정성도 커지고 있다.
경제주체들이 위험을 피하기 위해 안전자산에만 몰리는 현상이 심해지면서 경제 전반의 리스크(위험도)가 커지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모두가 부자가 되기 위해 소비를 줄이다 보면 내수 전체가 위축돼 소득총량이 줄어드는 ‘저축의 역설’과 비슷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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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BBB 신용등급인 B건설은 6월 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연 8.9% 금리로 발행했다. BBB 등급인 회사채의 평균 발행금리는 연 5.5% 내외이지만 건설업종이라는 이유로 금리가 3%포인트 넘게 올라간 것이다.
시중자금의 단기화 경향도 심화하고 있다. 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잔액은 7월 말 기준으로 73조8184억 원에 이른다. 1월 말보다 13조 원 정도 증가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대기상태에 머무는 돈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위험과 불확실성 때문에 단기 자금으로 돈이 몰리면 정작 돈이 필요한 곳에는 흘러 들어가지 않게 돼 소비나 투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도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빚어낸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2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2.82%로 기준금리(3.00%)를 크게 밑돌았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하루짜리 자금에 적용되는 기준금리보다 더 낮은 기현상이 7월 12일 이후 지속되고 있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실 부실장은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기 때문에 자금이 안전 자산으로만 몰리면서 단기 부동화현상이 생긴다”며 “부동자금이 장기 투자로 이동하도록 정부가 하루빨리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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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