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 논설위원
타이어 전문점의 원조는 대전에 본사를 둔 타이어뱅크다.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47)은 1991년 ‘신발보다 타이어가 싸다’는 기치를 내걸고 국내 최초로 타이어 전문점을 세웠다. 충남대 경영학과를 갓 졸업한 스물여섯 살의 청년이 한국 타이어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부도 위기에 몰렸던 우성타이어(현 넥센타이어)는 타이어뱅크를 영업망으로 활용해 업계를 양분하고 있던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와 경쟁했다. 제조회사들도 타이어 전문점 시장에 뛰어들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비자의 선택권과 편익은 커졌다. 현재 타이어뱅크와 같은 타이어 전문점이 국내 교체용 타이어시장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김 회장은 “유통단계를 줄인 가격파괴 개념을 처음 들고나왔을 때 ‘경제 질서를 파괴하자는 사람’이라는 오해도 받았다”며 “유통혁신으로 연간 소비자 비용을 1000억∼1500억 원 절감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한다. 타이어뱅크는 현재 전국에 300여 매장, 미국에 2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직원 730여 명 중 90%는 고졸 이하 학력자다. 중졸도 10%나 된다. ‘학력 파괴’ 사원 채용의 결과다. 그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가 회사를 일으킨 힘은 능력과 열정이지 학력이 아니지 않으냐”고 말한다. 그는 2007년 진출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매장 한 곳도 고졸 출신 관리자에게 맡겼다. 조미나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는 “타이어뱅크는 기존 시장의 규칙을 파괴하고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의 사례”라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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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반성장위원회는 소매업 음식업 개인서비스업과 같은 서비스업 중 일부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본과 인력이 풍부한 대기업 진출만 막는다고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서비스의 생산성과 경쟁력이 뒷걸음질칠 수 있다. 보호막만 쳐준다고 시장의 약자가 살아나지는 않는다. 타이어뱅크처럼 시장의 규칙을 바꾸는 창의적인 청년이 더 나와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서비스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R&D)과 창업지원 시스템부터 확충할 필요가 있다.
김 회장은 “가난한 시골 농가에서 태어나 군대 가기 전까지 세 끼를 다 먹어본 적이 드물었다.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경영학과에 진학하고 사업가의 길을 택했다. 국가가 가난에서 벗어나는 길은 유능한 사업가를 키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업가 정신이 세상을 바꾼다.
박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