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병 5주년… 레바논 동명부대를 가다
유엔레바논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파병된 동명부대. 파병 5년 동안 테러 봉쇄와 감시라는 본연의 임무 외에 지역주민을 위한 도로 개설, 응급 진료, 컴퓨터교실 등으로 현지 주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다. 간호장교가 현지 소녀를 진료하는 모습. 동명부대 제공
레바논 베이루트 공항 입국장에서 기자에게 여권을 요구한 현지 경찰이 “한국에서 왔느냐”며 반가운 표정으로 내놓은 첫마디였다.
2006년 이스라엘과의 전쟁의 상흔을 아직 지우지 못한 상태에서 이웃 시리아에 내전까지 발생해 민감해진 레바논. 특히 이스라엘 국경과 멀지 않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남부 티르에서 유엔레바논평화유지군(유니필) 소속으로 활동하는 동명부대를 지난달 31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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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베이루트에서 차를 타고 달리기를 한 시간. 차가 티르로 진입한 뒤 검문소 여러 곳을 지날 때마다 레바논 군인들은 기자 일행과 동명부대원을 보고 악수를 청하고 손을 흔들었다. 동명부대가 현지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 된 데는 테러 봉쇄와 감시라는 본연의 임무 외에 지역 주민을 위해 벌여온 민군작전이 큰 효과를 발휘했다.
태어날 때부터 발목이 휘어진 장애로 고생하다 동명부대원의 도움(2000달러)으로 레바논 아메리카대에서 2차례 수술 끝에 완치된 루키아 무함마드 양(14·여)은 “믿기지 않는다. 이제 남들처럼 걸을 수 있다”며 기뻐했다. 무함마드 양의 부모는 “한국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생후 6개월 때 양손에 심한 화상을 입어 장애를 갖고 있다가 동명부대원이 수술비 전액(2800달러)을 부담해 정상인의 손을 찾은 하산 고라니 군(13)에게도 한국은 생명의 은인이다.
레바논평화유지군으로 부대를 파견한 39개국 중 주민에게 24시간 응급진료를 제공하는 부대는 동명부대밖에 없다. 가축에게 수의진료를 해주는 곳도 동명부대가 유일하다. 동명부대의 순회 진료활동을 통해 치료를 받은 주민이 약 4만7670명. 가축도 8632마리나 된다.
이와 함께 동명부대가 2008년 3월부터 매주 한 차례 2시간씩 관할지역인 5개 도시를 순회하며 운영하는 한글과 컴퓨터, 태권도 교실도 큰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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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르 주민은 동명부대를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부른다. 이슬람에서 신이 내린 선물이란 알라가 직접 보내준 선물이라는 뜻의 최고의 감사 표현. 자이드 무그니예 디바 시(市) 시장은 “마을에 오수관로를 설치해주는 등 2007년부터 베풀어준 많은 도움에 감사한다. 동명부대는 레바논 국민의 친구이자 형제”라고 말했다. 디바 시는 동명부대가 주둔 5주년을 기념해 건설해준 길이 1km의 간선도로를 ‘코리아 로드’로 명명했다.
하종식 동명부대 단장
그러나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가 무너지고 수니파 반군이 정권을 잡으면 사실상 시아파와 헤즈볼라가 집권하고 있는 레바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동명부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 단장은 “동명부대는 만반의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레바논 내정의 변화에 관계없이 주어진 임무를 안전하게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티르(레바논)=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