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 뮤직텐트 뒤흔든 ‘천지창조’ ★★★★☆
27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내 뮤직텐트에서 울려 퍼진 하이든의 ‘천지창조’. 텐트 안에서 천지가 진동하고, 아담과 이브가 사랑을 속삭였다. 대관령국제음악제 제공
뮤직텐트는 투명한 유리벽체와 나무 재질의 무대를 갖춘 다목적 공연장. 기존 콘서트홀과 달리 벽을 열어 야외공연장 분위기가 나도록 사용할 수 있지만, 객석에 냉난방 장치가 없고 많은 좌석에 등받이가 없어 장시간 공연에는 관객이 불편을 느낄 수도 있다.
이 음악제의 예술감독인 정명화 정경화 자매는 뮤직텐트에서의 첫 무대 프로그램으로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를 선택했다. 관객이 숨죽인 가운데 지휘자 성시연과 페스티벌 악단인 GMMFS 오케스트라가 처음으로 뽑아 올린 선율은 애국가였다. 연주가 끝난 뒤 성시연은 “공연장 완공 후 첫 음악회인 만큼 애국가를 연주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세 명의 솔리스트는 천사 가브리엘과 우리엘, 라파엘로 등장해 창궁과 물, 산과 강, 해와 달과 별, 물고기와 새, 인간의 탄생까지 6일에 걸쳐 이뤄진 천지창조의 광경, 낙원에서 노니는 아담과 이브를 노래했다. 우리엘 역할을 한 김우경의 묵직하면서도 섬세한 미성(美聲)이 돋보였다. 가브리엘과 이브를 맡은 임선혜는 청아하면서도 산뜻한 음색으로 관객을 즐겁게 했으나 라파엘과 아담 역의 보르체프는 목이 잠긴 듯했다.
1부에는 텐트 안의 열기로 뒷문을 열어놓아 노랫소리가 웅웅거렸고 바깥 소음이 들어오기도 했다. 솔리스트들의 요청으로 문을 모두 닫은 채 진행한 2부에서는 울림이 좀더 안정됐다. 임선혜는 “천지창조는 뮤직텐트 첫 공연이라는 의미와도 잘 맞았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오라토리오이기도 해서 무척 뜻깊었다”고 말했다. 대관령국제음악제는 8월 11일까지 이어진다.
평창=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