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권으로 읽는 건강 브리태니커A J 제이콥스 지음·이수정 옮김/472쪽·1만7000원·살림Biz
저자는 ‘무엇이든 직접 해보는 남자’로 이름이 알려졌다. 갑자기 자신이 멍청해졌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3만3000쪽에 이르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완독한 후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를 썼고, 십계명부터 ‘간음한 자에게 돌을 던지라’는 가르침까지 성경의 모든 계율을 365일간 빠짐없이 지킨 후 ‘미친 척하고 성경 말씀대로 살아본 1년’을 썼다. 또 ‘인터넷에서 아름다운 여인인 척하기’ 등 누구나 상상만 했던 삶을 실제로 살아본 과정을 담은 책 ‘나는 궁금해 미치겠다’도 펴냈다.
이번엔 그가 몸 개조를 위한 건강 실험에 돌입했다. ‘저주받은 몸’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다. 수면 전문가, 성 클리닉 전문의, 영양학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받아 수십 종의 운동법과 식단, 식이요법, 수면법 등 건강 실험 가설을 짠 후 자신의 몸을 대상으로 실험에 들어갔다. 760일간 이어진 다양한 실험 과정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책 읽는 재미를 담뿍 안겨주는 유머가 곳곳에 스며 있다. 비뇨기과 전문의로부터 “축 처져 있는 게 딱 노인의 고환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절망하고, 동년배 남성에 비해 현저히 낮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높이기 위해 각종 노력을 다하는 모습에선 재미와 연민이 함께 느껴진다. 한국식 숯불갈비와 내장구이 등을 구석기 식단(수렵, 채집 시대 인류가 먹었던 것처럼 곡물을 빼고 채소와 과일, 고기 위주로 음식을 먹는 것)의 대표 음식으로 소개한 부분에선 우리의 음식 문화가 다른 문화권에선 그렇게 비칠 수도 있겠구나 싶다.
책을 덮고 나니 저자가 했던 다양한 도전 중 두 가지는 꼭 해보고 싶어졌다. 하나는 ‘먹을 땐 먹는 것에만 집중하기’. 즉 일하면서, TV를 보면서, 걸으면서, 운전하면서 먹지 않는 것이다. 저자는 블루베리 하나를 먹을 때도 혀와 입천장, 볼과 코, 뇌 등이 씹고 섞고 넘기는 과정을 함께 참여하고 느끼게 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 음식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음은 물론이고 포만감이 느껴져 과식하지 않게 된다는 것. 다른 하나는 ‘걸으면서 일하기’다. 우선 서거나 걸으면서 자료를 읽는 것부터 시도해 보고자 한다. 저자가 한 수십 종의 실험 중 마음에 드는 게 분명 있을 것이다. 독자도 이 중 하나쯤 실천해 보는 건 어떨까. ‘미친 척하고.’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 [채널A 영상] “몸짱, 신고합니다” 장병들의 다이어트 비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