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 다섯번째 對국민사과발표 40분전 참모들에 통보… 털어낼 건 빨리 털어내고 임기말 경제에 전력 의지
며칠간 고심하며 쓴 원고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자신의 친인척 및 측근 비리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며 읽은 원고. 이 대통령은 며칠간 고심하며 이 원고를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는 이 대통령이 이 전 의원과 김희중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 등 친인척, 측근 비리 문제에 대해 알려진 것 이상으로 오래 고심해 왔고 사과 시점까지 깊이 검토해 왔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그동안 저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이를 지켜보면서 하루하루 고심을 거듭해 왔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김 전 부속실장이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에게서 1억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게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더이상 측근 비리 문제로 비틀거릴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임기 말이지만 각종 비리 의혹으로 ‘레임 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을 넘어 ‘데드 덕(dead duck)’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권력의 핵인 청와대가 무기력해지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일각에선 런던 올림픽 이후 사과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이 대통령은 ‘털어낼 것은 일찍 털자’는 쪽을 택했다.
이 대통령은 사과와 더불어 남은 임기를 유럽발 경제위기 해법을 모색하는 데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담화문의 후반부는 대부분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자신의 자세를 밝히는 데 할애했다. 대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과는 무관하게 대통령으로서 할 일은 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현 경제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위기라고 진단했다. “현안 과제가 너무 엄중하고 막중하다” “대통령으로서 책무를 잠시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심기일전해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국정을 다잡아 일하겠다. 사이후이(死而後已·죽은 뒤에야 일을 그만둔다는 것으로 있는 힘을 다해 일에 힘쓰겠다는 뜻)의 각오로 더욱 성심을 다해 일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이후이’는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위나라를 공격하기 전 출사표에서 밝힌 말로 이 대통령이 경제위기에 임하는 ‘출사표’를 던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최근 ‘끝장 토론’에서 의견을 모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에 대해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내 일각에서도 반대론이 나오는 것처럼, 임기 말 이 대통령의 ‘경제 드라이브’가 제대로 먹힐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이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는 이번이 다섯 번째. 친인척 측근 비리에 국한하면 1월 2일 신년 국정연설과 2월 22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사실상 사과의 뜻을 밝힌 것까지 포함해 3번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친인척 측근 비리와 관련해 재임 중 3번, 퇴임 후 1번 사과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