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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이동영]Why Not ‘장동건, 송승헌’

입력 | 2012-07-25 03:00:00


이동영 사회부 차장

주말 드라마 ‘신사의 품격’ 주인공인 김도진(장동건의 역할)은 41세의 매력적인 건축가다. 도전정신이 강해 창업에 나섰다가 두 번이나 망했지만 주류의 획일적 양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건축 영역을 멋지게 개척해냈다. 대학 시절 연인이 자신 몰래 낳은 아들과 만나는 장면에서도 단박에 피붙이라는 걸 인정할 만큼 쿨하다. 고지식한 교사 애인이 떠날까 봐 거짓말할 법도 했지만 특유의 원칙론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애인이 ‘애 있는 남자와 사귄다’는 뒷담화에 시달릴까 봐 나쁜 여론을 만들 수 있는 동료 교사들에게 밥을 사며 사실을 고백하고 내 편으로 만들 정도의 ‘소통의 달인’이기도 하다.

시청률은 ‘신품’의 절반 수준이지만 사회적 사명감이 한층 강조된 ‘닥터 진’의 주인공인 외과의사 진혁(송승헌의 역할)은 조선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나 활약을 펼친다. 자신을 죽이려는 사람들까지 살려내는 ‘이타적 면모’는 그의 중요한 매력 포인트다. 조선 말기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의술을 펴며 ‘목숨엔 귀천 없다’는 진리를 일깨웠다. 서민과 중산층의 대변자로 손색없는 모습이다.

드라마 속 매력 덩어리들이 현재 사회에 존재한다면 드라마 내용과 다른 길을 걷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대선 열기로 뜨거워지는 현 시점에서 거론되는 대통령의 자질을 따져 보면 두 드라마 주인공의 매력이 현실에서도 먹힐 것 같다. 요즘 세간에서는 대통령의 자질로 소통 능력이 최우선적으로 꼽히고 있다. 중산층과 서민을 얼마나 이해하고 대변하는지도 중요한 덕목이다. 여기에 모든 계층을 이끌 수 있는 리더로서 어떤 인생 역정이 있는지, 즉 남의 아픔을 이해하고 이웃과 함께 성장해온 스토리가 있는지도 유권자들이 지켜보는 포인트다.

물론 대선 후보라면 한국의 국방과 외교는 물론이고 경제에서도 어떤 업그레이드 플랜을 짜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어느 후보나 “미국 중국 일본과 협력해 반드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킨다” “대기업을 규제하고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경제 정책을 만든다”고 비슷한 견해를 밝히니 좀처럼 차별성을 눈치채기 힘들다. ‘양극화 해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곤 하지만 답안지 색이 빨강인지 노랑인지가 차이일 뿐 듣는 이에게는 ‘그놈이 그놈’이다. 그러니 소통력과 스토리가 후보를 평가하는 핵심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밖에.

이런 점에서 김도진과 닥터 진이 현실의 인물이라면 어떨까. 대통령 직이 과하다면 서울시장이나 국회의원 직 정도는 감당할 수 있을까. 외모가 출중한 이들이 전문성을 살려 유권자에게 ‘마음의 병, 닥터 진과 함께 고쳐요’라거나 ‘초원 위의 푸른 집, 도진이와 함께 만들어요’라는 슬로건을 내건다면….

이쯤에서 냉정해지자. 대중적 인기가 정치인에게 필요하다고 해도 그게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고, 권력의 향방을 정하는 요소로 평가받는 게 이 시대가 원하는 사명일까. 인기투표와 국가 중대사인 선거는 구분돼야 한다. 김도진과 닥터 진은 자신의 영역인 연예대상을 향해 뛰고 정치인은 연예 무대가 아닌 정치의 무대에서 승부를 보는 게 상식이다.

대선 주자들이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해 불만이라던데 각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 여러 개를 한 손에 쥐고 있는 유재석 씨가 출마 선언을 하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동영 사회부 차장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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