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발레시어터 ‘지젤’ ★★★☆
서희(앞줄 왼쪽)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지젤’. 더에이치엔터테인먼트 제공
대형 발레 공연마다 객석을 가득 채우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발레 팬들은 국내 발레 공연 사상 티켓 최고가인 40만 원(VIP 티켓 기준)을 내건 이번 공연에 싸늘했다. ‘너무 비싸다’는 심리적 장벽 앞에 아시아인으로는 사상 처음 ABT의 주역 무용수에 오른 서희의 출연도, 세계적인 발레 스타 줄리 켄트의 12년 만의 내한이란 호재도 효력이 없었다.
티켓 가격이 작품의 기대치를 너무 높인 탓인지 ABT의 지젤이 국립발레단의 지젤과 비교해 특별히 더 뛰어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국립발레단이 지난해부터 공연한 지젤은 장 코랄리와 쥘 페로가 처음 안무한 원작을 파트리스 바르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부예술감독이 재안무한 파리 오페라 발레단 버전이었다.
광고 로드중
이번 내한 공연에서 세 차례 지젤을 맡은 서희는 안정된 기술을 바탕으로 무난한 연기를 펼쳤다. 하지만 ‘까멜리아 레이디’에서 강수진이 보여주었던, 관객을 완전히 사로잡는 강렬한 연기력은 부족했다. 사실 ABT 무용수들의 연기가 전체적으로 차분했다. 1막에선 통통 튀고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국립발레단의 지젤과 대조적이었다. 기술을 뽐내기보다 전체와 어우러지는 자연스러움을 더 중시하는 발레단의 색깔이 아닌가 싶다. 2막의 하이라이트인 군무진의 일사불란함은 오히려 국립발레단에 뒤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