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1권부터 26권까지 출간된 만화 ‘카페타’. 학산문화사 제공
일본 만화가 소다 마사히토 씨의 대표작은 발레를 소재로 한 ‘스바루’다. 그는 “작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발레 군무에 직접 참여한 일도 있다”며 웃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발레나 카레이싱을 실제로 해본 일이 있나.
“2001년쯤 일본의 한 프로발레단이 프랑스 파리에서 공연할 때 군무에 참여한 일이 딱 한 번 있다. ‘스바루’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지인이 참여를 제안했고, 처음엔 거절했지만 작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시도했다. ‘스바루’ 뒷부분은 그 경험을 새기면서 그렸다. 카레이싱은 해본 일이 없다.”
“‘스바루’의 경우 소녀의 얼굴을 먼저 그려놓고 생각하다 ‘이 아이는 발레에 어울릴 것 같다’는 영감을 뒤늦게 얻었다. 발레를 전혀 모르고 그리다 보니 1, 2권까지는 감이 안 왔다. (동행한 편집장의 눈치를 보며) 지금 돌아가면 2권을 좀 더 재밌게 쓸 자신이 있다. 물론 그림도 훨씬 깔끔하게!”(이 대목에서 편집장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익살스럽게 그를 흘겨봤다.)
―당신의 만화에는 일관된 주제가 있다. 온갖 어려움과 역경 속에서도 재능이 모든 걸 압도한다는 것. 실제로도 그렇게 생각하나.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극복해 나가는 인간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려주고 싶었다. 나는 웅변가도, 소설가도 아니다. 독자들에게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만화뿐이다.”
―주인공 친구인 ‘스바루’의 마나, ‘카페타’의 노부는 주인공의 경쟁자면서 천재의 빛에 가려지는 인물이다. 하지만 주인공이 위기에 처할 때 조력자를 자처한다.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단연 스바루다. 내가 낳은 자식이나 다름없다. 내 작품 속 캐릭터 가운데 가장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고 성격에 큰 결함이 있다. 당시 내 상황과 많이 겹쳐 더 애착이 간다. 처음 ‘스바루’를 연재할 때 독자들은 ‘만화가 우울하다. 굳이 만화에서 어두운 면을 그려야 하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 독자들은 달랐다. 한국에서 잡지 연재를 시작했을 때 독자들이 ‘어렵게 자라는 스바루가 내 모습 같다’며 보내준 엽서 응원이 큰 힘이 됐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징크스를 물었다. 그는 그림을 그릴 때 선이 삐져나가면 수정액을 쓰지 않고 커터로 긁어내는 버릇이 있다고 했다. 선 하나를 지우는 데 30분이 걸리고 종이도 너덜너덜해진다. 사람들이 답답해하지만 꿋꿋이 그 위에 다시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문득 그의 고집스러운 면모가 발레, 레이싱 등 외길을 걷는 작품 속 주인공들과 겹쳤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