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문고 찾아 떠났던 孟母들이 돌아왔다
18일 인천 제물포고교 과학반 학생들이 물리실험실에서 특별연구활동 프로그램의 하나로 파동 현상을 알아보기 위해 ‘정상파’ 실험을 하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급기야 인천시교육청은 지난해 5월 학생들의 성적을 향상시키지 못한 학교장은 다른 학교로 전보한다는 특단의 조치를 내놓기도 했다.
인천교육이 시민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학부모는 “인천 교육을 믿을 수 없다”며 자녀 교육을 위해 서울이나 경기로 이삿짐을 꾸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우수 인재들이 주변 시도의 외국어고교 등으로 빠져나가다 보니 상위 10∼20%의 우수한 인재 없이 수능을 치르고 결과는 항상 꼴찌라는 성적표뿐이었다. 이런 인천교육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피하며 떠났던 인천의 학교가 다시 찾는 학교로 차츰 변화하며 희망을 찾고 있다.
○ ‘구도심 핸디캡’, 교육방법으로 극복
제물포고 이승철 군(17·3학년)은 올해 치르는 수능에 자신감이 붙었다. 지난해부터 제물포고가 실시한 R&E(Research&Education) 교육에 참여하면서 집중력과 성취욕이 생겼다. 자연스레 수학과 물리는 물론이고 다른 주요 과목을 공부하는 데 탄력이 붙었다.
전국의 명문고 반열에 있었던 제물포고교는 구도심권에 위치한 탓에 우수학생 지원 비율이 최근 10여 년 사이에 해마다 줄어 옛 명성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실시한 R&E 교육을 통해 질 높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R&E는 인하대, 인천대 교수와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 그리고 고교생(팀당 5명)이 함께 팀을 이뤄 특정 분야를 연구하는 특별연구활동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수학 물리 화학 생물 등 4개 분야에서 올해는 역사와 경제 등까지 총 6개 분야로 늘어 각 분야에 5명씩 30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 떠나는 인천에서 돌아오는 인천으로
경기 김포시와 부천시의 고교에 인재를 수출한다는 ‘오명’을 들었던 인천 교육현장이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학교가 좋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우수 중학생이 빠져나가는 현상이 줄고 오히려 인접 시에서 전학을 오는 사례가 많아졌다.
인천 서구의 거점 학교인 원당고는 신흥 명문고로 꼽힌다. 2006년 개교 이후 2, 3년간 신입생 미달로 애를 먹기도 했으나 요즘 학급당 적정 인원(35명)을 7, 8명씩 넘어서고 있다. 인근 김포나 경기 고양시 지역에서 입학을 문의하거나 실제로 전학을 오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이 학교는 졸업생 중 90% 이상이 대학에 진학했다. 15∼20%는 명문대를 포함해 수도권 대학에 입학했다. 내년에 인천의 제2과학고로 전환하는 진산고에도 인접 시도 인재들의 입학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때 인천을 떠났다가 진산과학고에 입학하려고 한다. 자세한 입학전형 요강을 알려 달라”는 학부모들의 입학 상담이 줄을 잇고 있다.
인천지역 일선학교에서는 시교육청이 추진하는 학력 증진 정책을 이렇게 평가했다. 인천의 교육수준이 향상될 기미를 보이면서 이제는 함께 뛰자는 분위기가 어느 정도 형성이 되고 있는 것.
인천시교육청이 고교에는 3년 전부터, 중학교에는 2년 전부터 각각 ‘학업성취목표관리제’를 적용하고 있다. 일선 학교가 학력향상 목표를 설정하면 이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예산과 정보, 자료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일선 학교의 학력수준을 정밀 진단한 뒤 이를 알리고 개선책을 찾으면 시교육청이 나서 지원하는 과정을 거친다. 일선 학교에 수준별 맞춤형 수업 등을 하도록 지도하고,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학교는 장학 지도에 나서 학력 향상을 이끌었다.
인천의 특목고 1학년 학생들이 기초학력이 부진한 초등학교 6학년생과 일대일 결연을 통해 학습지도에 나서는 ‘인타라망(因陀羅網) 프로그램’도 효과를 보고 있다. 인타라망은 모든 존재가 관계하면서 장애가 되지 않고 도와준다는 의미로 고교생과 초등생이 인연이 돼 함께 성장한다는 뜻에서 이름을 지었다. 특목고 6곳의 1학년 학생 600명과 기초학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초등학교 6학년생 600명이 멘토-멘티가 돼 학습을 돕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인천교육은 2011년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초교 6, 중 3, 고 2학년 대상)에서 중학교 3학년은 전국 1위, 일반고는 전국 3위라는 전국 최상위권 성적을 기록했다. 시도교육청 평가인 기초학력부문에서는 최고 등급인 ‘매우 우수’를 받았다.
인천시교육청 교육과정기획과 이임구 장학사는 “인천국제고 등 특목고가 제자리를 잡고 있고 일반고교의 경쟁력이 강화되는 만큼 향후 인천교육이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교육도시 인천, 이렇게 만들어요 ▼
■ 김월용 인천시장 특별보좌관
성적보다 인성-감성 중요성 커져
■ 노현경 인천시의원
교육감과 집행부 의지에 달렸다
■ 류석형 인천시교육청 장학관
교육경쟁력이 곧 도시경쟁력
■ 변영덕 학부모
학부모가 자녀들 재능 발견해야
둘째 아들은 컴퓨터 게임을 너무 좋아해 항상 성적이 하위권이었지만 재수해서 올해 대학 1년생인데, 아주 만족스럽게 보내고 있다. 이제 창의성을 중시하는 교육제도로 서서히 바뀌고 있는데 아직 멀었다고 본다. 학부모는 자식들의 재능을 발견해 창의적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