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에서 배우는 ‘경영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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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목사총(四目四聰)의 깨달음
동양 고전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경전은 서경(書經)이다. 서경은 요순시대의 요임금과 순임금에서 시작해 진나라 목공에 이르기까지의 제왕들이 행한 정치적 행적과 발언에 관한 기록이다. 나라의 왕이 되는 것이 한 기업의 경영자가 되는 것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순임금이 왕으로 즉위하고 첫 번째로 한 일이 무엇인지 살펴보면 경영자가 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일이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서경에 따르면 순임금은 다음과 같은 일을 했다. “闢四門 明四目 達四聰(벽사문 명사목 달사총·사방의 문을 열어놓고, 사방의 눈을 밝히고, 사방의 귀를 통하게 하셨다).”
○ 삼현일장(三顯一藏)의 원리
주역 제1장 중천건(重天乾)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 “乾(건)이라 元(원)코, 亨(형)코, 利(리)코, 貞(정)하니라.”(하늘의 이치는 봄에 만물의 삶이 시작되듯 일을 시작하며, 여름에 만물이 무성해지듯 떨쳐 일어나 적극적으로 일을 하며, 가을에 만물이 결실하듯 일을 마무리하고, 겨울에 만물이 정지하여 봄을 기다리듯 참고 견디면서 만물을 분별한다.)
원형리정(元亨利貞)에서 원은 봄, 즉 시작을 의미하고, 형은 여름의 의미로 뻗어나간다는 뜻을 담고 있다. 리는 가을, 즉 어떤 결실을 본다는 뜻이고, 정은 겨울을 나타내며 어떤 것을 정리하고 준비하는 의미이다. 봄, 여름, 가을은 만물이 활동하지만 겨울은 성장과 활동이 정지된다. 세상의 모든 일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주역에서는 이러한 하늘의 대원칙을 ‘삼현일장의 원리’라고 부른다. 셋은 드러내고 하나는 감춘다는 뜻이다. 무슨 일을 할 때든지 새로 시작하는 일에 25%의 시간을 쓰고, 크게 키워가는 일에 25%를, 결실을 보고 이익을 거두는 일에 25%를, 나머지 25%는 향후 준비하는 일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시작하고 키우고 결실을 보는 ‘삼현(三顯)의 경영’이 성공적으로 지속되려면 ‘일장(一藏)의 경영’이 반드시 필요하다. 항상 키우기만 하는 것은 하늘의 이치와 맞닿은 경영이라고 할 수 없다. 겨울은 혹독하지만 진정으로 봄에 싹을 틔울 수 있는 씨앗만을 엄선하는 계절이다. 혹독한 겨울이야말로 성장과 결실의 원천이다.
○ 회사후소(繪事後素)의 경영
본바탕을 희게 만드는 ‘소(素)’의 경영을 대표적으로 보여준 기업이 바로 버버리(Burberry)다. 버버리의 트렌치코트는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트렌드의 중심에 서 있는 젊은이들에게서 외면받기 시작했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이가 새로운 CEO 로즈 마리 브라보였다. 그는 하얀 바탕을 강조하며 다각적으로 브랜드를 구조조정했다. 브랜드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던 라이선싱을 과감히 정리하고 10만 개나 됐던 재고품을 2만 개로 줄여 버버리의 핵심 아이템만 남겼다. 그후 브라보 CEO는 트렌드를 주도해나갈 새로운 인재를 영입해 버버리를 위한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2011년 인터브랜드의 브랜드 조사에 따르면 2010년 대비 브랜드 가치가 가장 많이 성장한 5개의 브랜드 중에서 삼성, 애플, 구글, 아마존 같은 정보기술(IT) 기업 외에 유일하게 선정된 브랜드가 바로 버버리다. 이미 다른 그림이 그려진 도화지 위에 덧칠을 해서 아무리 새로운 그림을 그려도 그 그림은 엉망이 되듯이, 새 사업의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회사후소의 마음으로 근본을 새롭게 다지는 준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상만 성균관대 경영학부 교수
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09호(2012년 7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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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브랜드가치 상관계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