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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이 답한다]사이언톨로지는 과학으로 포장된 컬트문화

입력 | 2012-07-18 03:00:00


《 Q: 최근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의 이혼 사유가 그가 신흥 종교 사이언톨로지(Scientology)의 열렬한 신도이기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오늘날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지식이 급격히 늘어나는데도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 이런 믿음이 인기를 얻는 이유가 뭘까. 》

김종서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사이언톨로지는 1952년 미국의 론 허버드(1911∼1986)가 창시한 신종교(컬트)다. 미 해군장교 출신의 공상과학 소설가였던 그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탐독해 1950년 ‘심리요법: 현대 정신건강 과학(Dianetics: The Modern Science of Mental Health)’이란 책을 냈는데 오늘날까지 많은 독자가 읽는 스테디셀러가 됐다. 관련 강좌까지 붐을 타자 유사 건강 단체들과의 차별화 과정에서 ‘사이언톨로지 교회’가 창설됐다. 사이언톨로지가 단순 정신건강 과학이기를 넘어 영혼불멸, 환생, 외계인과의 소통, 성직자의 의례와 면세 혜택 등을 갖춘 하나의 종교로 탈바꿈하게 된 건 바로 이런 맥락에서였다.

즉, 원래 사이언톨로지의 핵심은 심리요법이다. 인간에겐 ‘기억의 상처(engram)’라는, 인간의 잠재력을 방해하는 영적 상처가 있다. 이 영적 상처는 정신적 충격으로 생겨 의식에 지속적 영향을 주어 만병의 근원이 되므로 이를 치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리요법이 우주화한 것이 ‘전이된 영혼(thetan) 이론’이다. 영혼은 본래 불멸이고 천상적 존재인데 물질적 우주에 갇혀 있어 능력을 잃었으나 그들을 ‘깨끗이 함’으로써 영적 상처가 치유된단다. 특히 이런 영적 상처들을 측정하고 치료하는 기기로서 전기충격을 이용한 ‘e머신’을 판매해왔다. 이 비싼 기계의 효험을 놓고 미국 타임지와 사이언톨로지 측은 비방전을 벌였고, e머신의 판매를 금지했던 독일에서는 사이언톨로지를 믿는 톰 크루즈가 출연한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수입을 금지해 국가 간 문제로 비화하기도 했다.

톰 크루즈는 고질병인 난독증을 사이언톨로지가 치료해 주었다고 한다. 물론 묘한 인연도 있겠지만 특히 컬트의 경우 스타 마케팅도 한몫한다. 존 트래볼타, 윌 스미스 등 많은 스타가 사이언톨로지를 믿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단순한 장삿속이라고만 하긴 어렵다.

결국 사이언톨로지는 ‘사이언스’에서 유래한 그 이름에서도 추측할 수 있듯이 현대과학, 특히 의학과 천문학의 정보들로 포장된 것에 정신분석학의 무의식 이론과 전통 종교들의 구원 상징들이 어우러진 새로운 컬트라 하겠다. 그러니까 과학기술이 발달하면 비합리적으로 보였던 종교가 사라질 것이라는 추측은 완전히 잘못된 망상이다. 더욱 첨단의 천문학적 지식이 점성술과 접합된 뉴에이지 문화나 타로카드가 성행하고 미확인비행물체(UFO)와 외계인에 관한 간증, 그리고 최첨단 유전자 복제기술로 포장된 라엘리안 그룹 등이 생겨났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생명과 영혼과 우주의 궁극적 물음들이 다 풀리진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첨단 과학을 통해 인간적 한계를 초월해 보려는 광적인 노력들이 난무하고, 과학으로 포장된 신종교도 생겨난다. 이게 바로 요즘의 컬트문화이고 사이언톨로지는 그 대표적 사례다.

김종서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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