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감독. 스포츠동아DB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을 기하는 느낌이었다. 극도로 자신을 낮추는 모습도 보였다. 한때 누구 못지않게 시원시원하게 말하던 모습과는 영 딴판이었다.
SK 이만수 감독(사진)은 17일 잠실 LG전에 앞서 전반기 마감을 앞둔 소감을 묻자 “감독이 제대로 못한 게 아쉽다”며 “잘 버텨준 투수들에게 고맙고, 야수들은 전반기 마지막에 많이 올라와 후반기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감독이 제대로 못한 게 아쉽다’는 말에 덧붙여 그는 “감독이 말을 적게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을 많이 하면 할수록 실수를 많이 하더라”고 털어놓았다. 말투와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못해 비장하기까지 했다.
너무 엄숙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취재진이 이 감독에게 ‘스타일이 바뀐 것이냐’고 가벼운 톤으로 질문을 던지자 다시 한번 “실수를 많이 해서”라고 답해 무거운 분위기가 한동안 계속됐다. 이어진 선수들에 대한 질문에도 그는 “상황을 지켜보겠다”,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초보 사령탑으로서 수차례에 걸친 시행착오 끝에 얻은 깨달음인 듯, 조심스럽게 입을 떼는 그의 표정은 시종일관 굳어 있었다. 마치 큰 잘못을 한 것에 대해 반성하듯….
잠실|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트위터 @kimdoh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