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20세이브를 거둔 롯데 마무리 김사율. 데뷔 14년차 늦깎이 마무리지만, 그에게는 롯데의 승리를 지키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스포츠동아DB
타자와의 기싸움서 밀리면 안돼
‘할 수 있다’는 자심감으로 무장
군 복무 시절 하루 4시간씩 훈련
제대 후 3년간 2군 생활 맘고생
주장 맡아 강한 불펜 만들기 전념
“한국시리즈 세이브 한번 해야죠”
○처음에는 제가 올라가니까 좋아하더라고요!
-2년 연속 20세이브 축하한다. 롯데에선 처음이잖아?
“어떻게 하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죠.”
-흔히 마무리투수는 공도 잘 던져야 하지만 멘탈이 중요하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예를 들면 매 경기 몸이 좋을 수 없고, 준비할 때 왠지 공이 안 좋을 때도 있어요. 그런 기분으로 올라가면 실패하니까, 등판 전까지 ‘괜찮다. 충분히 할 수 있다’면서 싸울 수 있는 긍정 모드로 바꾸는 거죠.”
-마운드에 올라가면 어떤 생각으로 던지나?
“우선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해요. 순간순간이 승부처이기 때문에 기싸움에서 밀리면 안 되죠.”
“좀더 빠르면 좋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죠. 그런데 1년 넘게 해보니까 제가 가지고 있는 장점으로 충분하더라고요. 직구, 커브, 포크볼을 정확하게만 던지면 충분해요.”
-1994년 박동희가 기록한 31세이브가 구단 최다 기록인데 넘을 수도 있겠다.
“기록은 크게 의식하지 않으려고요. 다만 제가 하고 싶은 것은 상대가 인정하는 마무리투수가 되는 겁니다.”
-상대가 인정하는?
“과거 선동열 감독님(KIA)이나 오승환(삼성)이 나오면 상대는 기가 꺾이잖아요. 근데 저는 마무리하러 나가면 상대가 좋아하더라고요.”
-그런 게 마운드에서 느껴지나?
“그럼요. 느낌이 팍팍 오죠.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거 기분 안 좋거든요. 위축돼서 나오는 타자와 덤비는 타자는 분명 다르잖아요. 최근에는 좀 인정받는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더 잘해야 할 것 같아요.”
○초심으로 다시 시작하자!
-올 시즌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6월에 치른 세 경기죠. 등판할 때마다 홈런을 맞았어요. 6월 9일 KIA전에서 9회 최희섭에게 동점홈런 맞았고, 12일에는 두산전에서 연장 11회 고영민에게 역전홈런 맞았고, 14일에는 한점차로 이기다가 9회 투아웃에 양의지에게 투런홈런 맞고 졌어요.”
-상당히 힘들었겠는데.
“왜 그렇게 맞았는지 이유를 알고 싶었죠. 계속 저에게 물었어요.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답을 얻었나?
“구위적으로 뭔가를 보여주려고 했던 제 욕심이었어요. 공격적인 것도 좋고, 기싸움도 좋은데 때로는 피해가는 것도 필요하다는 걸 알았죠. 제 공이 빠르지 않으니까 힘대힘으로 싸워서는 위험하다는 거죠.”
-참 어렵구나.
“정말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결과론이긴 하지만 순간순간 좀더 현명하고 냉정하게 대처해야 할 것 같아요. 넥센전 하러 서울 올라가는 버스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목동 개막전이다’, 그런 맘으로 올라갔어요.”
○군대에서 매일 4시간씩 훈련했어요!
-경남상고 때 대통령배 우승하고 입단했다. 기대가 컸는데?
“제가 못했죠. 입단하고 5년 정도 꾸준하게 기회가 있었는데.”
-어떤 점이 잘 안되던가?
“그땐 몰랐어요. 근데 나중에 보니까 제가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
-잘못된 생각?
“투수는 공도 중요하지만, 멘탈이 더 중요하잖아요. 저는 마운드에서 안 맞으려고 던졌어요. 싸워야 하는데, 자꾸 도망가고 어렵게 가고. 신뢰받을 수 없는 피칭을 한 거죠.”
-그리고 군대를 갔다.
“2004년 11월 포병으로 현역 입대했죠. 첫해는 군복무에 전념했고, 2년째는 군대에서 복귀를 준비했어요.”
-어떻게?
“1년이 넘어가면서 제가 분대장이 됐죠. 시간이 생기더라고요. 하루 4시간씩 프로그램을 짰어요. 아령, 튜빙, 웨이트 트레이닝 하고, 연병장 뛰고. 어깨가 안 좋아서 6개월 동안 ITP(단계별 피칭 프로그램)도 했죠.”
-공을 받아주는 사람도 필요했겠다.
“제가 포수 미트 구해서 반강제로 신참에게 맡겼죠. 저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시간입니다.”
○롯데 유니폼 입고 꼭 한번 잘해보고 싶었다!
-군대 갔다 오고도 3년은 2군 생활이 많았다.
“아무도 저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어요. 이미 저는 팀에서 전력 외로 빠져있는 것 같더라고요. 전지훈련도 못 갔고, 그저 2군에서 생활했죠.”
-그때 무슨 생각을 했나?
“실력을 쌓아야 한다. 모든 저의 메모리를 다 버리고 새로 시작했죠. 과거는 다 필요 없다. 새로 만든다. 그런 마음으로 준비했어요.”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나?
“저는 학교 다닐 때부터 롯데를 정말 좋아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롯데 유니폼을 입고 꼭 한번 잘해보고 싶었습니다.”
-커브는 송승준에게 배웠다고 들었다.
“저는 보통 수준의 직구와 포크볼이 전부였죠. 2009년 스프링캠프 때 승준이가 너클커브를 던져보라고 했어요. ‘사율아! 포스 마스크 보고, 틀지 말고 그냥 찍듯이 던져봐!’ 처음에는 참 힘들었는데 제가 절박하다보니까 그게 되더라고요.”
○우리도 삼성 같은 불펜을 만들자!
-올해 주장을 맡았다.
“좋은 팀 분위기를 만드는 게 주장의 역할 같아요. 백업선수들, 2군에서 올라온 선수들 격려를 많이 합니다. 용기를 자꾸 심어주고 하죠. 주전들에게는 별로 말 안합니다. 좋든 나쁘든 스스로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꼭 해보고 싶은 것은 강한 불펜을 만드는 겁니다.”
-강한 불펜?
“삼성 불펜이 강하잖아요. 부러울 만큼. 우리도 삼성처럼 강한 불펜 한번 만들자는 거죠.”
-어떤 방법이 있을까?
“제일 강조하는 것은 하나가 되는 겁니다. 우리는 하나다. 잘 던지면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좋지 않으면 서로 격려해주고. 기량 이전에 일단 롯데 불펜이 하나가 되자고 했죠. (정)대현이 형도 오고, (김)성배, (이)승호도 왔고 해볼 만합니다.”
-후반기 롯데는 어떤가?
“잘할 것 같습니다. 대현이 형이 합류하고 전반기에 부진했던 송승준, 고원준도 후반기에는 좀더 잘하겠죠. 롯데가 또 여름에 강하잖아요.”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특별하게 목표를 세우지 않았습니다. 아직 제가 그 정도 수준의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고요. 올라갈 때마다 최선을 다해 던질 생각입니다.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한국시리즈에서 세이브를 하는 겁니다. 그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롯데 김사율?
▲생년월일=1980년 4월 17일
▲키·몸무게=180cm 90kg
▲출신교=감천초~대신중~경남상고
▲프로 입단=1999신인드래프트 롯데 2차 1번(전체 1순위)지명·입단
▲2012년 연봉=1억 3000만원
▲2012년 성적(16일가지)=29경기 1승2패21세이브 방어율 3.21(28이닝 26탈삼진)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