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출신 이영호, 김정일 뇌졸중 이후 승승장구黨출신 최룡해, 김정은 옆자리 차지 서열역전
이영호의 아버지는 김일성이 항일 빨치산으로 활동하던 시절 주치의를 맡았던 이봉수다. 북한 정권 수립 이후 만경대혁명학원 원장을 지냈다. 그 덕분에 이영호는 어릴 때부터 동갑내기인 김정일과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상장(남한의 중장)까지는 평범한 경력이었다. 2003년 수도방위사령관에 해당하는 평양방어사령관을 지낸 게 눈에 띄는 정도다.
하지만 김정일이 2008년 뇌중풍(뇌졸중)을 맞은 직후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2009년 2월 이영호는 인민군 대장으로 진급하면서 군을 통솔하는 총참모장이 됐고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화된 2010년 9월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차수로 진급했다. 불과 1년 7개월 만이다. 이때부터 공식행사에서 김정은 옆자리를 차지한 이영호는 2011년 12월 김정일 장례식 운구차 호위 7인에 포함되면서 권력의 최전성기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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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 4월 전세가 역전되기 시작했다. 최룡해는 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이로써 이영호가 맡은 모든 직위와 동격이 됐고 계급도 차수를 달아 이영호와 같아졌다. 오히려 최룡해가 군 인사를 담당하는 군 총정치국장에 임명되면서 이영호보다 권력은 우위를 점했다. 4월 15일 김일성 100회 생일 열병식 주석단에선 최룡해가 김정은 바로 옆자리를 차지했다. 이영호를 제치고 군부 1인자가 된 것이다.
이영호는 8일 김정은이 김일성 사망 18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수행하는 것으로 마지막 외부 일정을 끝마쳤다. 김정은이 14일 평양 만수대언덕에서 인민내무군 제대군인들과 기념사진을 찍을 때 최룡해는 옆자리를 지킨 반면 이영호는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다. 그리고 하루 뒤 모든 직위에서 해임됨으로써 퇴장이 공식화됐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