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민주통합당의 박근혜?’
비(非)문재인 진영의 경선 룰 수정 요구에 침묵을 지키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16일 작심한 듯 반격에 나서자, 비문재인 후보 측에선 즉각 ‘박근혜와 문재인이 뭐가 다르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문 의원의 발언과 태도가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놓고 새누리당에서 경선 룰 갈등이 벌어졌을 때 박근혜 의원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
문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선수들이 경선 룰에 개입해서 각자 자기에게 경선 룰을 유리하게 해 달라고 요구한다”며 “저는 경선 룰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 경선 룰은 민주당의 정강정책이 규정하고 있는 당의 의사결정 구조에 의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경선 룰은 당에서 중립적으로 정하는 것이지 경선후보들이 룰 마련에 개입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새누리당 박 의원이 4월 23일 비박(비박근혜) 후보들의 경선 룰 수정 요구에 대해 “경기의 룰을 보고 선수가 거기에 맞춰서 경기를 하는 것이지, 매번 선수에게 룰을 맞춰서 하는 건 조금 말이 안 된다”고 말한 것과 흡사한 발언이다.
광고 로드중
이날 문 의원은 그동안 비판을 자제해왔던 당내 다른 후보들과도 각을 세웠다.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측에서 ‘1위 후보만 만족하는 안은 공정한 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한 데 대해 문 의원은 “거꾸로 말하면 저는 민주당 창당을 통해 이제 정치에 참여했고, 그분들은 민주당을 오래 이끌어왔던 당내 지배세력 아니냐”고 반문했다. 전날 손 고문이 문 의원과 친노(친노무현) 그룹을 겨냥해 ‘반성과 성찰이 없다’고 한 것에 대해선 “참여정부를 실패한 정권이라고 규정한다면 민주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에 비문재인 후보 측은 “비박계의 주장을 박근혜 의원이 ‘박근혜 흔들기’로만 봤듯이 문 의원도 우리의 제안을 단지 ‘문재인 흔들기’로만 보는 것 같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민주당의 경선 룰 논란은 17일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 경선준비기획단은 18일 최고위 의결을 앞두고 경선후보 대리인들을 17일 불러 마지막 절충을 벌인다. 비문재인 진영도 이날 문재인 의원 측과 따로 만나 협상할 계획이다. 비문재인 후보 측 관계자는 “‘플랜A’는 당 지도부가 우리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이지만, 끝내 잠정안을 밀어붙인다면 ‘플랜B’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며 모종의 ‘결단’을 내릴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