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두 의사의 싸움을 수상하게 본 보건복지부는 조사를 벌여 그들이 1억5000여만 원의 리베이트를 누가 관리할 것인지를 놓고 갈등을 빚다 싸운 사실을 밝혀냈다. 복지부의 의뢰로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9곳의 대형병원과 2곳의 구매대행사가 짜고 의료기기 가격을 부풀려 약 20억 원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더 받아내 리베이트로 챙겼다는 사실을 적발했다. 납품업체가 자기 돈으로 구매자에게 금품을 주는 일반적 리베이트와 달리 이들 병원과 구매대행자는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를 빼내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것이다.
정부합동 의약품리베이트 전담수사반(반장 김우현 부장검사)은 업체 대표와 대형병원 행정부원장 등 15명을 의료기기법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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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적발된 한 병원은 좁은 혈관을 넓혀주는 의료기기인 ‘심혈관용 스텐트’를 구매대행사로부터 2503만 원에 구입한 뒤 건강보험공단에는 보험료 최대치인 2698만 원을 청구했다. 회계 정리를 위해 2698만 원을 대행사에 그대로 전달했다. 부풀려진 금액은 병원이 대행사로부터 ‘정보이용료’라는 항목을 적용해 되돌려 받았다.
이들의 혐의가 적발되는 데는 병원들의 ‘실수’도 한몫했다. 복지부가 해당 병원에 의료기기 구매대행업체들과의 거래명세와 계약서를 요구하자 병원 관계자들은 부랴부랴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병원 측이 구매대행사와 맺은 ‘리베이트 이면계약서’를 실수로 통째로 넘겨줘버린 것.
검찰 관계자는 “2000년 이후 의료기기 유통시장에서 구매대행사가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병원에 뿌려진 액수는 수백억 원대로 추정된다”면서도 “구매대행업체가 잘못된 리베이트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고 이 병원들은 리베이트 금액을 운영비로 사용하려 한 점을 감안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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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병원 측이 부당하게 돌려받은 리베이트 전액을 추징하는 한편으로 6조 원 규모의 의료기기 유통시장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2010년 금품을 주고받은 당사자를 모두 처벌하는 ‘쌍벌제’ 시행 이후 의약품이 아닌 의료기기 관련 리베이트가 적발되기는 처음이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