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교육복지부 차장
국내에서도 이런 즐거움을 맛볼 기회가 간혹 생긴다. 2008년 열린 ‘황금의 제국-페르시아 특별전’이 대표적이다. ‘황금’이란 단어에서 짐작하겠지만 페르시아 문화는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유물을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시리아는 기원전 7세기 초반 오리엔트를 최초로 통일한 제국이다. 기원전 3000년 무렵 메소포타미아 북부에 세워진 작은 도시국가가 부침(浮沈)을 거듭하다 결국 대업을 이룬 셈이다. 동시에 수많은 민족이 제국의 구성원으로 편입되면서 아시리아는 역사상 첫 다문화 제국이 됐다. 그러나 이 다문화 제국은 실패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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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오리엔트를 통일한 주역은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제국이다. 이 업적도 대단하지만 아케메네스 제국의 진면목은 다른 데 있다. 다문화 국가가 어떠해야 하는지 그 전범을 만들어 몸소 실천한 것이다.
아케메네스의 키루스 대왕은 기원전 6세기 중반 메디아, 리디아를 차례차례 정복했다. 신바빌로니아 왕의 폭정에 시달리던 백성들은 성문을 활짝 열어 키루스 대왕을 맞았다. 바빌론에 입성한 키루스 대왕은 즉각 ‘공약’을 발표했다.
“나는 어떤 민족도 위협하지 않겠다. 정복지의 전통과 종교를 존중하겠다. 그 누구도 다른 민족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
키루스 대왕은 약속을 모두 지켰다. 바빌론에 끌려갔던 유대인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었다. 그들의 종교를 허용했고 성전 건설도 허락했다. 구약성경에 ‘고레스 왕’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키루스 대왕이다. 그리스 역사가들도 그에 대해 ‘가장 이상적인 지도자이며 자비로운 군주’라고 칭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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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012년 7월의 대한민국을 보자. 외국인 혐오증, 즉 제노포비아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이 주최한 다문화정책 토론회를 외국인 혐오단체 회원들이 방해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다문화정책이 민족말살 정책이라는 그들의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인권 개념도 정립되지 않았던 2500여 년 전에도 관용이 제국이 번영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 그들에게 1948년 유엔이 채택한 세계인권선언의 다음 한 문장을 꼭 암기할 것을 권하고 싶다.
‘모든 인간은 누구나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등의 이유로 차별받아선 안 된다.’
김상훈 교육복지부 차장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