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의 개인사-여성편력 알아야
김욱동 교수는 “헤밍웨이의 소설은 단순해 보이지만 심층적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 의미를 파악하려면 작가의 삶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욱동 교수 제공
김 교수는 최근 본보와의 통화에서 “헤밍웨이의 삶을 알지 않고는 그의 작품 속 숨겨진 의미를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헤밍웨이의 작품은 모두 그의 파란만장했던 개인사, 특히 화려한 여성 편력과 연관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무기여 잘 있거라’의 여주인공 캐서린은 헤밍웨이의 첫 사랑인 쿠로스키가 모델이지요.”
그는 헤밍웨이에 대해 “삶의 정수를 단순하면서도 소박하게 표현하는 작가”라고 요약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헤밍웨이는 ‘실존이 본질을 앞선다’고 믿었다.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아름답지도 희망적이지도 않은 삶이어도 최선을 다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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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헤밍웨이 특유의 건조하고 간결한 하드보일드(hard-boiled) 문체를 우리말로 옮기는 게 힘들었다고 했다. 감정을 헤프게 드러내지 않고도 작가가 생각하는 바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는 것이다. “헤밍웨이는 ‘소설은 건축물이다. 그런데 (화려한) 바로크 시대는 지나갔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소설은 건축에 빗대 말하자면 명동성당이 아니라 63빌딩입니다. 화려함을 걷어낸 모더니즘 양식을 번역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