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재산 합산 규정상 손주가 유리하고 1억씩 분산 증여하면 절세 효과 있어
김모 씨(76세)는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재산을 증여해 주는 것이 절세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침 자산의 일부를 자녀들에게 미리 나누어줄 생각이었는데 절세가 된다니 귀가 솔깃했다. 절세에 손주를 활용하라는 것은 무슨 이야기일까?
사실 손주에게 증여할 경우 오히려 증여세율에 1.3배 할증이 돼 세금이 더 많이 나온다. 본래 부모가 자녀에게, 자녀가 그 자녀에게 증여하는 경우 2번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곧바로 증여하면 증여과정이 1번 생략되므로 그만큼 세금을 더 받겠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절세를 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바로 ‘분산 증여’이다. 증여세 과표 상 1억 원까지는 10%의 세금이 붙지만 2억 원이 넘어가면 20%가 붙는다. 따라서 4억 원을 2억 원 씩 2명에 나눠주는 것보다 1억 원 씩 4명에 나눠주는 것이 세금을 덜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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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김 씨가 최근 10년 사이에 이미 자녀에게 증여한 재산이 있다면 자녀보다는 손주에게 증여하는 것이 더 절세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현행 ‘사전 증여재산 합산 규정’은 자녀나 부모, 배우자에게 상속일 이전 10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은 상속 재산에 합산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합산 증여액이 커질수록 세율이 높아진다.
세무법인 다솔 최용준 세무사
정리하면, 김 씨가 현재 고령이고 자산이 많은 점을 감안한다면 손주에게 증여하는 방법을 적극 권하고 싶다. 증여금액을 쪼개놓으면 적용되는 과세율이 적어질 뿐 아니라, 자녀에 증여 후 10년 내에 사망하면 미리 증여해 둔 재산이 다시 상속재산에 합산되므로 높은 상속세율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손주에게 증여한 재산은 5년만 지나면 추가로 상속세를 낼 필요가 없다. 여러 가지를 감안할 때 김 씨는 손주 증여를 선택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