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열 경제부 기자
황급히 농식품부 기자실에 도착해 인터넷을 검색했지만 AFP를 인용한 한 통신사의 기사를 제외하고는 이와 관련한 정부의 발표나 예정사항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농식품부 담당과를 찾아 이유를 캐물었더니 그제야 “IWC에 참석 중인 대표단이 과학포경 계획을 밝힌 건 사실”이라며 확인해줄 뿐이었다.
국민이 한국 정부의 중요 정책을 외신으로 처음 접해야 했던 것이다. 취재한 기사를 송고하고 난 뒤인 오후 5시 10분이 돼서야 농식품부는 기자실에 ‘국내 고래자원에 대한 과학조사 계획 발표’라는 제목의 3쪽짜리 보고서를 내놨다. 일부 언론은 뒤늦게 나온 자료 때문에 다음 날 아침신문에 관련 기사를 누락하기도 했다.
포경은 세계적인 환경보호 움직임과 관련해 외교 문제로 불거질 수 있는 비중이 큰 사안이다. IWC 89개 회원국 가운데 절반 정도가 적극적으로 포경에 반대하는 반(反)포경국가다. 실제로 이날 오후부터 호주, 뉴질랜드, 미국 등 포경에 반대하는 나라들은 한국 정부를 비난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포경처럼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동의가 필요하고 외교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내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았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는 내년 5월 열릴 IWC 과학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다양한 갈등 관계가 얽혀 있는 정책을 추진하려면 투명성과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수라는 사실을 정부 당국자들은 유념해야 한다.
유성열 경제부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