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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갖고 노는 가게 주인은 상대 안해요”

입력 | 2012-07-09 03:00:00

작년 수입 보험료 40억… 대한생명 장순애 명예상무의 ‘불황속 서바이벌 노하우 3’




장순애 대한생명 매니저는 명예상무 자리에 오른 비결은 몰입과 평판 관리, 사명의 3가지 경영 원칙을 보험 영업에 일관되게 적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대한생명 제공

불황기는 대부분의 보험설계사에게는 시련의 계절이다. 고객들에게 보험 가입을 권유해도 ‘형편이 안 돼서’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등의 이유로 손사래 치기 일쑤다.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져 그나마 있는 보험을 해약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연간 수입 보험료 40억 원을 올려 웬만한 중소기업의 규모를 능가하는 보험설계사가 있다. 주인공은 장순애 대한생명 종로지역단 명예상무(53)이다.

그는 1998년부터 서울 동대문시장과 남대문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영업해 보험 여왕상을 네 차례 수상했다. 최근 10년간 대한생명 보험설계사 2만1000명 중 실적 10위권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그는 5일 보험설계사의 꽃인 명예상무로 등극했다. 대한생명은 명예상무에게 전용사무실을 제공하는 등 임원에 준하는 대우를 한다. 그에게 극심한 불황에도 통하는 영업 노하우를 듣고 이를 경영학적으로 분석했다.

○ 될 성 부른 떡잎을 눈여겨보라


그는 모든 사람을 무턱대고 영업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시장에서 장사가 잘될 것 같은 상인을 선별적으로 공략한다. 상인의 태도를 보고 가게 매출 규모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생겼다. 상인이 게임을 하거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접촉하지 않는다. 그 대신 손님이 없어도 옷을 정리하거나 행인의 움직임을 계속 눈으로 좇는 상인만 골라 영업한다. 일에 대한 열정이 점포 매출의 척도이고 결국 돈 잘 버는 점포는 보험도 많이 가입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요령이다.

→장 명예상무는 “경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장사가 잘되는 상인은 여전히 장사가 잘된다”며 “매출이 높은 가게를 위주로 공략한 덕택에 올해 상반기 수입 보험료가 전년 동기보다 두 배로 올랐다”고 말했다. 경영학에서 몰입(engagement)은 종업원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척도로 쓰인다. 업무몰입도가 높은 직원은 대체적으로 업무 성과가 높다.

○ 매일 오전 6시 반에 나와 하루 200명 만난다

그는 오전 6시 반에 출근해 오후 10시에 퇴근한다. 잠은 하루에 서너 시간 잔다. 새벽 상인들의 일과 시간에 맞춰 일찍 나와서 일을 하기 때문이다. 1998년 보험 영업을 시작한 뒤로 15년째 이런 일정을 지키고 있다.

올해 그에게 월 보험료 2000만 원인 연금보험을 가입한 한 상인 고객이 있다. 그 상인은 “장 명예상무가 상가에 7, 8년간 같은 시간에 나타나는 것을 보고 신뢰를 갖고 거액의 보험에 가입하기로 했다”고 했다. 장기간 한결 같은 모습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평판 관리(reputation management)는 장시간 일관된 행동을 보여줘야 형성된다. 고객들이 진정성을 단번에 알아차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장순애=매일 새벽같이 우리 상가에 찾아오는 사람’이라는 개인 브랜드(personal brand)는 보이지 않는 자산이 됐다.

○ 내가 없으면 고객은 안 된다

그는 자신의 일을 돈벌이 수단이 아닌 고객을 위해 책임감을 실천하려는 삶의 목적으로 여긴다. 고객의 고민을 흘려듣지 않고 직접 나서서 해결하는 이유다.

최근 2, 3년 사이 동대문시장에는 새 건물이 들어서면서 활력이 생겨났지만 남대문시장은 이렇다 할 리노베이션이 없었다. 그러던 중 낙후된 상가를 동대문시장처럼 세련되게 바꿨으면 좋겠다는 상인 고객들의 불만을 접했다. 그는 고객들의 이런 불만을 해결해 주려 상인회장을 끈질기게 설득했고 결국 상인회는 인테리어 공사에 착수했다.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그에게 호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고 신뢰도가 높아져 영업에도 큰 도움을 받았다.

또 그는 고객들의 다른 고민에도 귀를 기울인다. 재테크 등의 상담을 위해 세무서적 등을 한 달에 7, 8권씩 독파하고 절세 강의가 있으면 꼬박꼬박 듣는다. 나이가 찬 자녀를 둔 고객을 위해 중매도 나선다. 그는 “당장은 계약이 성사되지 않아도 먼 길을 보고 영업하면 고객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명(mission)은 일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스타벅스 종업원은 쾌적하고 친절한 응대를 통해 고객에게 단순한 커피가 아니라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하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긴다. 그도 자신을 보험 판매자가 아니라 고객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사람으로 여기고 실천하려 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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