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원 뇌균형 운동치료센터 ‘밸런스브레인’ 대표원장
진로에 대한 짧은 강의로 전체 학생들의 집중을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생각해 큰 고민을 하지 않고 강단에 섰다. 하지만 강의를 하기도 전에 한 학생이 손을 들고 나가도 되겠냐고 말하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강의가 끝날 때까지 시종일관 창밖만 쳐다보는 아이도 있었다. 말로만 듣던 학교 수업의 실태를 직접 경험해 보니 아찔할 정도였다.
최근 널리 알려진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증상과 유사한 행동도 많이 보였다. 아이들이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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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는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영감을 준 대단한 사람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아이들을 ‘정보기술(IT)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한 데도 큰 역할을 했다. 그가 만들어낸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때문이다. 물론 스티브 잡스를 탓할 일은 아니다. 칼이 조리도구가 되는지 흉기가 되는지는 물건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제 아이들이 IT 기기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청소년기는 다양한 체험과 운동 같은 신체활동을 통해 뇌를 발달시켜야 하는데 현대 사회는 이를 역행하고 있다. 운동은 전두엽을 발달시키는데, 전두엽은 학습을 하는 영역이기도 해서 운동을 하면 전두엽의 기능이 개선된다. 이로 인해 사고 인지능력이 개선돼서 감정과 행동을 자연스럽게 조절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할 것을 강요받고 몸을 쓰는 활동은 멀리 하고 있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 정규과목에 유도 수업이 있었다. 유도를 하기 전에 체육관을 10여 바퀴 돌고서야 유도의 세부기술을 익혔던 기억이 생생하다. 쉰 살이 넘은 지금도 동창모임에서 유도 시간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 시절 우리에게 유도 시간이 소중한 시간이자 즐거운 휴식의 시간으로 기억되기 때문일 것이다.
학원 시간에 쫓겨 가며 편의점에서 친구와 나눠 먹는 컵라면 국물, 게임 아이템 하나에 웃고 우는 것…. 나는 이런 것들이 우리 아이들의 학창생활 기억의 전부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디지털기기가 아니라 운동이나 여행 같은 신체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풀 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바란다. 그런 과정을 통해 전두엽의 기능이 개선된다면 ADHD는 물론이고 학교폭력 같은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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