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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 앱’ 국내 첫 이용실태 분석

입력 | 2012-07-03 03:00:00

회의준비 바쁠 오전 9시… 金대리는 ‘스마트폰 주식거래중’




 

대형 유통업체에 다니는 강모 씨(30)는 보통 오전 8시 반까지 출근한다. 이후 오전 11시 팀 회의 전까지는 전날 진행된 업무를 종합하고 회의 때 낼 아이디어를 고민해야 하지만 강 씨는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다. 책상에 앉아만 있을 뿐 스마트폰으로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한 채 투자종목 주가를 체크하고 매매하느라 바쁘다. 강 씨는 “MTS에 접속한 때에는 투자종목의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인하느라 일이 손에 안 잡힌다”며 “주식만 쳐다보다가 무작정 회의에 들어가는 때도 많다”고 말했다.

이제 MTS를 이용하면 언제 어디서나 주식거래를 할 수 있는 시대다. 일반 휴대전화 시절에도 MTS가 있었지만 기능이 단순하고 어려워 이용자가 극히 적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보급되자 2010년까지 전체 코스피 시장에서 3% 수준이었던 MTS 거래대금 비중이 올해에는 7%에 육박하며 급성장했다. 특히 컴퓨터에서 작동하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이용하기 어렵거나 자주 이동해야 하는 직장인들에게는 편리한 거래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하루 중 업무 효율이 가장 높은 시간대에 주식투자에 매달리는 직원들 때문에 일부 기업이 골머리를 앓는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 ‘집중근무시간’ 아닌 ‘집중투자시간’

동아일보가 국내 최대 온라인 증권사 키움증권에 의뢰해 증권사 고객들의 MTS 이용 행태를 분석한 결과 하루 중 오전 9∼10시의 접속건수 비중이 12%로 가장 높았다. 업무시간이 아닌 점심시간(낮 12시∼오후 1시)의 접속 비중은 10%로 되레 낮았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오전 9시에 문을 열고 오후 3시에 마감하기 때문에 이때에 맞춰 거래를 하려는 고객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접속자가 몰리는 오전 9∼10시, 오후 2∼3시는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정해 놓은 ‘집중근무시간’이라는 점이다. 집중근무시간은 2000년대 초반 직장의 업무 효율화를 위해 나온 방안의 하나로 생체 리듬상 직장인들의 업무 능률이 가장 높은 오전 9시대와 오후 2시대에 잡무를 줄여 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최병권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집중근무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노동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의 하나로 제안한 제도”라며 “이 시간에는 회의나 업무보고를 피하고 흡연이나 통화 같은 사적인 일도 하지 않도록 유도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MTS는 업무 효율이 가장 높은 시간에 일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식 거래에 몰두하게 해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주범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회사 업무에만 집중하라고 편성한 시간이 오히려 주식거래 같은 사적인 일에 몰두하는 시간으로 활용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 MTS 차단 못하는 회사 고민 깊어져

이번 MTS 이용실태 분석 결과 올해 1∼5월 고객 1인당 하루 평균 13회 접속해 주식거래나 투자 관련 정보를 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전 9시∼오후 6시 접속건수가 80% 가까이 몰려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근무 중 적어도 1시간에 한 번 이상 주식투자 관련 일에 근무시간을 허비하는 셈이다. 1회 평균 접속시간이 7.75분으로 하루에 약 1시간 40분을 MTS에 쏟았다.

업무 중에 10여 차례 주식거래를 하는 직장인이 늘면서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미 2000년대 초반 증권사 HTS가 확산되면서 직장에서 컴퓨터로 몰래 주식거래를 하는 현상이 늘어나자 일부 회사는 사내 망에서 증권사 인터넷주소(IP)에 아예 접속하지 못하도록 차단했다. 이후 싸이월드 등 커뮤니티 사이트가 유행했을 때도 같은 방법으로 업무시간 내 직원들의 ‘딴짓’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이용한 ‘개인 업무’ 처리는 마땅한 대처 방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 기업체 임원은 “일선 학교에서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등교 때 수거했다가 방과후 돌려주는 것처럼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뺏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직원들이 책상에 앉아 뭘 하는지 알기 힘들다”고 푸념했다.

개인 정보기술(IT)기기가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나타나는 어쩔 수 없는 부작용이지만 또 다른 사회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교수는 “시공간의 제약이 없어지면서 자제력은 더 떨어지고 결국 IT기기에 얽매여 인간관계나 업무 효율에 부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며 “개인이나 조직 차원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자체적인 규제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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