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재 전 국무총리가 18일 기증한 장승업의 ‘천수삼우도’. 서울대 제공
장승업의 ‘천수삼우도’는 장수를 상징하는 소나무와 학, 영지버섯을 그린 그림이다. 왕의 화가라는 의미인 ‘대령화원(待令畵員) 신(臣) 장승업’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어 당시 임금인 고종에게 바치기 위해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장승업이 ‘대령화원’이라는 직함을 그림에 밝힌 것은 2, 3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기증한 그림은 모두 이 전 총리가 부친에게 물려받아 소장하던 작품이다. 천수삼우도의 경우 족자 형태였던 작품을 액자에 넣어 보관해 보존 상태가 뛰어나다. 문화재위원장을 지낸 안휘준 서울대 명예교수는 “가치를 따질 수 없을 정도로 귀한 작품으로 국보·보물급에 준한다”며 “화풍이 정갈하고 고고해 그동안의 장승업에 대한 평가를 뒤집을 수도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묵죽도’에는 한일강제병합 전 명필로 이름이 높았던 친일파 이완용의 글씨가 함께 남아 있어 사료로서도 가치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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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재 전 국무총리
이날 오후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기자와 만난 이 전 총리는 “집 안에 걸어두며 평생 함께해온 그림들을 법인화 원년을 맞는 모교에 기증할 수 있어 뿌듯하다”며 “오랫동안 모교에 뭔가 기여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이제야 실행에 옮기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증품들이 서울대의 교육과 연구에 자산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